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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Nov 10. 2019

인간의 형상

아래 사진은 애플 사옥이다. 인간의 형상을 어떻게 은유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내부가 비어있는 긴 원통이 생각났고, 그걸 그리려다가 이 건물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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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안과 밖이라는 두 세계가 공존 한다. 엄밀히 말하면 안도 입에서 항문까지 구멍이 뚫여 있기에 두개의 세계로 구분된다. 빈 구멍의 공간과 경계공간으로. 경계공간은 다시 세개로 나뉘는데 안쪽면과 바깥쪽면 그리고 둘 사이의 공간이다. 이 공간은 막혀있다. 이를 과학에선 '신경계'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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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사옥에 들어가서 창문을 본다고 상상해보자. 안쪽 창문을 보면 내 자아=내면이 보인다. 바깥쪽 창문을 보면 건물이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알수 있다. 인간으로 치면 감각이다. 그리고 안쪽 바깥쪽을 모두 보는 나는 주체다. 이 주체는 관점에 따라 생각이 바뀌는데 안쪽을 보면 주관, 바깥쪽을 보면 객관이 된다. 안타깝게도 둘을 동시에 볼 수 없다. 하나씩 보고 곰곰히 생각해 조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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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 무언가 들어갔다 나가는데 주로 액체와 고체로된 음식이다. 기체로된 공기도 코와 입으로 들낙날낙 한다. 음식과 공기는 기도를 통할때 잠깐 헷갈릴수도 있다. 그때 서로 "미안~"하며 양해를 구하는데 인간의 언어로는 "켁켁" 혹은 "콜록" 혹은 "딸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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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들락거림을 대사과정이라고 말한다. 이 대사과정을 유지해야 인간은 평안하다. 이를 과학에서는 항상성, 철학에서는 도덕으로 은유한다. 주고받음이 공평공정해야 항상성과 도덕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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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과정을 유지하려면 외부 환경에 잘 적응해야 한다. 그러려면 바깥을 잘 살펴야 하는데 이를 감각 혹은 지각 혹은 경험이다. 감각경험이 반복되면 경계공간에 신경패턴으로 각인되는데 이를 서양 철학에서 개념구조라 말하고 유학에서는 리 혹은 도라 말한다. 환경의 지리=리를 잘 파악해 길=도를 잘 닦는 과정을 배움=교라 말한다. 이는 <중용>의 첫 구절이다. 하긴 <논어>의 첫구절도 이렇게 해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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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인간의 감각은 주로 얼굴에 쏠려있고 얼굴은 몸 위에 있다. 이런 신체구조 덕분에 인간은 안과 밖, 앞과 뒤, 위와 아래라는 기본적 구분도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많은 언어가 이 구조에 근거한다. 레이코프는 이를 '일차 은유'라 말했는데, 이제야 애플 건물을 통해 그 의미를 조금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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