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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Dec 09. 2019

디자인학교, 부산에서

지난주 부산에서 디자인학교 특강이 있었다. 강의 시작 전 나는 페이스북에 당시 감정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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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끝났다. 30여분이 신청했는데 과연 몇분이나 오실까. 또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오늘이 마지막일까 시작일까... 기분이 묘하다. 시작은 대략 6년전이다. 디자인말하기-고민상담소가 대전 한남대에 갔다. 그날 대전에서 디자인공부하는 학생 약 200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울에 편중된 디자인정보와 교육에 대한 성토가 오갔다. 올라오는 차편에선 우린 말이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각 개인의 사정 때문에 선뜻나서지 못하는 마음. 6년이 지난 지금 우린 부산에서 그 마음을 처음으로 시도한다. 뭐 어떻게 되는 오늘로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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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신청한 분들이 대부분 왔다. 보통은 노쇼가 있는데 이번엔 거의 없었다. 구성도 다양했다. 인하우스 디자이너, 독립스튜디오 그룹, 학생, 디자인회사 대표, 기획자, 그냥 궁금해서 등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 약 30여명이 모였다. 대부분 취업이나 스팩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 '디자인' 자체를 공부하고 문화로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한마디로 '그냥 디자인이 좋은 사람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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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래 선생님의 언어철학 강의는 너무 좋았다. 몇달전 한번 들었던 강의인데, 이 날을 위해 상당히 업그레이드 된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디자인 강의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고무되었다. 사실 나는 의래샘 보조강사로 참여했기에 별로 준비하지 않았다. 디자인커뮤니티를 강조하면서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답했다. 가령 '서울과 지방'이라는 프레임이 아닌 '서울과 부산'이라는 프레임을 강조했다. 서울과 지방이라는 사고방식에 의하면 서울도 뉴욕에 비하면 변방이 된다. 사실 요즘 서울의 디자인이 새롭게 주목받는다. 과거 '디자인서울' 같은 허상이 아니라 진짜로 그렇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서울을 궁금해하고 방문한다.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며 동서고금이 묘하게 응집된 서울의 독특한 문화가 힙한 서울 디자인 문화를 형성했듯, 부산의 독특한 문화가 힙한 부산디자인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걸 현실로 구현하는 능력은 디자이너의 몫이고, 그러려면 부산에 디자인 사회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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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마치며 김의래 선생님은 다음 방문을 약속했다. 어쩔 수 없이 또 내려와야 한다. 다음에 올때는 새로운 이야기 보따리 두개를 준비할 생각이다. 하나의 보따리에는 새로운 이야기를 담고, 다른 하나의 보따리는 부산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담아 올 생각이다. 이렇게 자꾸자꾸 모이고 만나고 교류하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부산 디자인커뮤니티가 형성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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