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영 샘의 강의를 정리하고 포스팅하면서 지식인이 된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다른 나라와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생각을 나름대로 이해해 소개했기에 무언가 찝찝했다. 늘 "내가 잘 이해했나?" "틀리면 어떻하지?" 등을 걱정하며 내 무식함이 드러날까 두려웠다. 그런데 최봉영 샘의 인문학은 한국말에 근거하니 이런 걱정과 두려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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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엄청난 속도로 글을 쓰고 있다. 2주동안 A4 60페이지에 달하는 양의 글을 썼다. 주제는 '시각언어'인데 요점은 추상적인 표현들이 어떻게 언어적인 효과를 만들어내지는 그 이론적 바탕의 구성이다. 힘겹게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그만큼 보람도 크다. 주르륵 써놓고 대강 살펴보니 최봉영 샘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선생님이 없었으면 나는 영원이 이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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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의 어원으로 주로 15세기 이탈리어어 디셰뇨를 말하는데 그 이전에 라틴어 어원 Designare가 있다. 이 말의 짜임은 de와 signare의 합성어인데 앞에 de는 아래로, 저항 등의 의미이고 뒤에 signare는 기호(sign)를 의미한다. 즉 디자인은 기호의 기존 의미를 해체해 새로운 기호만들기(de+sign)이다. 그래서 디자인의 가장 밑바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언어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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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언어 연구가 온통 서양말에 집중되어 있어, 언어학과 기호학을 공부해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보다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들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되도록 수업이 아니면 기호-언어학은 침묵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최봉영 샘 덕분에 한국말과 서양말의 언어 차이를 정확하게 알게되고, 이해하게 됨으로써 그간 공부하면서 풀리지 않았던 의문들이 모두 해소되었다. 이제 비로소 언어로서의 디자인을 말하고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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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의 제목을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 Y축>으로 정했다. 이 제목은 나의 첫 책 제목이다. 나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 X축>을 내면서 Y축과 Z축도 낼 것이라 말했다. 당시 나는 X축은 철학, Y축은 이론, Z축은 역사를 염두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났다. 올해 안에 Y축이 세상의 빛을 볼수 있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