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지역화폐와 공동체' 문제에 관심을 둔 적이 있었다. 그러다 경제학의 금융을 공부하고 화폐는 무력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지역화폐는 통상적 화폐로서 성립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순전히 화폐를 상품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상품론>에서 말했듯 돈은 언제든 무엇으로 바꿀 수 있는 상품의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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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재난기본소득의 지역화폐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저축이 불가능해 무조건 소비를 해야만 하는 지역화폐는 돈을 상품이 아닌 구매력으로 본다. 이는 오스트리아학파의 돈 개념이다. 나는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에서 이 개념을 접했다. 그리고 최근 재난기본소득 지역화폐를 통해 구매력 개념의 돈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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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정부는 금융이 아닌 지역화폐의 주체가 됨으로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 기본소득을 보장해 줄수 있는 새로운 경제개념이다. 나는 이 지역화폐 개념이 현대 경제의 가장 큰 문제인 '내수'에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정말 획기적인 경제부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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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만약 재난기본소득에서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용성이 증명된다면 지금까지 논의 되던 '기본소득'의 한계 문제도 풀릴 수 있다.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서 제공하면 되니까. 또한 정부(혹은 지방정부)가 화폐가 쓰일 곳을 지정함으로써 대형마트와 대기업의 횡포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생긴다. 즉 정부로서는 균형발전을 위한 하나의 수단을 갖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