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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러 생각

글쓰기에 있어 높낮이말

by 윤여경

한국말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높임말과 나란이말. 이 둘을 합쳐 높낮이말(존비어체계)라고 말한다. 이성민-최봉영 샘 덕분에 두가지 말을 인식한 이후 나는 두가지 말 중 무엇이 대화와 글쓰기에 적합한지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다. 말하기야 관습이 있어 분위기를 따르면 되지만 글쓰기는 그런 것이 없어 고민이 많았다. 높임말로도 써보고, 나란히말로도 써보고 심지어 막말로도 써 보았다. 막말이란 생각나는대로 이것저것 지껄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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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람들은 막말에 막말로 대응한다. 이해가 안되는 건 당연하고 소통도 어렵다. 심지어 쓴 나조차 이해가 안되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막말을 통해 말의 공공성을 크게 깨달았다. 아 상대가 나든 남이든, 누군가에게 생각을 말하려면 적어도 내쪽에서 이해와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남은 두가지 말중 어떤 말로 하면 이해와 소통에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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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론은 글의 목적에 따라 글말의 선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쓸때는 높임말로 쓰는 것이 좋다. 나의 독창적 생각이나 주장은 높임말을 써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높임말를 사용하면 친절해진다. 특히 주장을 쓸때는 어른에게 편지를 쓰듯 높임말을 사용하면 좋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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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누군가에게 들은 것을 정리하는 글을 쓸때는 나란이말이 적합하다. 이 글쓰기는 들었던 것을 내 안에서 정리하는 과정이기에 내가 나에게 말하는 셈이다. 굳이 내가 나에게 높임말을 할 필요는 없다. 내가 나에게 "여경아 정신 좀 차리시고 진지 드세요"라고 말하면 너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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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이해를 위해 나에게 글은 '나란이말'을 누군가와 소통을 위한 글은 '높임말'을 쓰면 된다. 이제 내 안에서 이 문제는 정리가 된 듯 싶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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