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올 선생님을 좋아한다. 고백한건데 나의 동양철학 지식 대부분이 도올샘의 강의를 듣고 나름대로 차린 것이다. 이 강의를 제대로 듣기 위해 한자를 공부했고, 도올 중용, 논어, 맹자의 해석을 읽었다. 뿐만아니라 유튜브에서 고등학생들을 위한 논술강의, 요한복음, 선불교, 금강경 강의를 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도올에 대해 비아냥거릴때도 나는 꿋꿋이 이 분의 강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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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최봉영 샘을 만나서 좀 시들해졌다. 조선시대에 대한 판단과 성리학 주요 개념에 있어 최봉영 샘의 해석에 비해 도올샘의 해석은 상당히 중국적이다. 한국말을 알게 되면 중국사람들의 본래 개념보다 한국사람들이 어떻게 그 개념을 번역했는지 알게 된다. 그래서 도올샘의 강의가 왠지 동어반복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난 여전히 도올샘의 말씀을 경청한다. 무엇보다 도올샘 덕분에 최봉영 샘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게 되었다. 도올샘이 아니었다면 최봉영 샘의 학문적 사회적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분은 한국사회 지식인들 중 보기 드문 통찰력을 갖고 있다. 대충 대강 됐고 넘기며 여기저기 편승하는 사람들과는 결이 다르다. 이 분은 나름의 주체성을 갖고 예리한 판단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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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도올을 검색하다 다스뵈이다에 나와 하신 말씀을 듣게 되었다. 역시 예리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하지만 몇가지 문제에서 나와 다른 의견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두가지만 언급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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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19세기가 1815년 나폴레옹 몰락에서 시작되었고, 20세기가 1918년 1차세계대전 이후로 시작되었고, 21세기가 2020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은 동의한다. 하지만 그 시작은 21대 총선의 승리라기 보다는 '코로나19'가 아닐까 싶다. 선생님은 더불어민주당에 기대하는 바가 있으신듯 싶지만, 나는 더불어민주당은 마지막 조선의 당파로 본다. 당파싸움이 늘 그랬듯 이 당파의 구도는 상호적이기에 21세기보다는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구도이다. 21대 국회에서 이 구도는 끝이 나지 않을까 싶다. 이런점에서 진짜 21세기의 의미는 총선의 승리가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조선시대와의 완전한 단절이다. 물론 능력면에서 또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는 과도기를 끌어감에 있어 미래통합당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이 훨씬 낫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들은 새로운 세력이라기 보다는 구세력에 가깝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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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한국사람들이 이정도 해온 이유는 한국사회의 특징이라기 보다는 한국말에 있다고 본다. 나 또한 동학에서 촛불까지가 한국민중들의 노력 흐름을 주목했다. 2016년 관련 글을 쓴 적도 있다. 그 흐름은 알았지만 당시에는 한국사람들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특징이 한국말에 있다는 사실을 새까맣게 몰랐다. 한국말을 알게 되면서 한국사람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평화'보다는 '함께'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평화(peace)'는 왠지 '동일성(同)'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이 추구하는 '평화(peace)'는 동일성이 아니라 함께성, 굳이 한자로 치자면 조화로운 어울림을 의미하는 '和'이다. 퇴계는 이 말을 '고루'로 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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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16년 촛불혁명을 보며 쓴 글이다.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하면 (http://ecocreative.egloos.com/118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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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촛불은 21세기 동학이다. 엘리트의 복벽이 아닌 민중의 개벽이요, 엘리트를 위한 개혁이나 개헌이 이닌 민중을 위한 개벽이어야 한다. 개벽을 위해서는 친일+군부+독재의 척결, 정경유착과 승자독식의 재벌구조의 척결, 법치의 확립이 우선되어야 한다. 민중은 이를 요구한다. 시급한 것은 시스템의 녹을 제거하고 정비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명예롭게 퇴장하면 된다. 거기까지가 근대를 연 개화파의 역할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이하는 개벽은 새로운 세대를 믿고 맡기면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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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생각은 여전하다. 그리고 최근 여기에 하나 더 큰 변화를 추가해게 되었다. 나는 최근 전염병의 역사를 읽으며 새로운 시대는 모국어의 시대가 올거란 생각이 들었다. 바야흐로 '한국말' 시대가 열릴듯 싶다. 비록 동학혁명의 <동경대전>은 한자로 쓰여졌고, 3.1운동 기미독립선언문도 한자로 쓰여졌고, 대한민국의 법조문도 대부분 한자로 쓰여졌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은 체제에 있어 나름의 독립을 추구해왔고, 사회적으로도 한글을 장려하고 한국말을 소중하게 이어왔다. 한글 보급까지 완료됨으로써 문자까지 독립했다. 그러나 여전히 말과 생각은 독립과 자립을 하지 못했다. 이젠 글만이 아니라 말과 생각, 나아가 사상까지 한국말의 가치를 되찾을 때가 온 것이다. 한국사람이 한국말과 한글에 자부심을 갖고, 한국말과 한글로 생각의 바탕을 차려나갈때 진정한 독립을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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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뵈이다 도올샘 강의
https://www.youtube.com/watch?v=1DEO9BTBy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