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에서 못다한 이야기

by 윤여경


오늘 한국디지인사학회 첫 학술대회가 있었습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저는 디자인분야 사람들에게 '역사'라는 화두가 던져졌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준비하신 분들, 참여하신 분들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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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와 사용자는 입장이 다릅니다. 소비자야 필요한 디자인을 골라 사용하면 되지만 그 디자인을 만드는 사람은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왜 이런 불편을 해소해주는건 없을까?" "이걸로 뭘 더 할 수 있을까?" "더 적절한 해결책은 없을까?" "사람들이 이걸 좋아할까?" "잘 팔릴까?" "환경에 해롭진 않을까?"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닐까..." 등등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하며 디자인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나의 소중한 디자인이 만들어지죠. 사용자나 소비자도 신중하게 디자인을 고르지만 디자이너의 신중함과 경우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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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가와 독자는 입장이 다릅니다. 역사가는 디자이너처럼 역사를 디자인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합니다. 독자가 진지하게 고민해 주어진 역사를 골라 읽는 것과 역사가가 역사를 구성하는 과정은 완전히 다른 과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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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갈때를 상상해보죠. 어떤 사람은 여행계획을 섬세하게 세우지만 어떤 사람은 무작정 떠납니다. 무작정 여행을 가더라도 최소한 목적지 정도는 생각합니다. 목적지를 정한다는 점에서 여행가는 최소한의 목적이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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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도 그렇고 역사가도 그렇습니다. 디자인을 만들고 역사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목적에 있어야 합니다. 그게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죠. 목적이 있어야 미리 계획하고 움직이니까요. 디자이너와 역사가가 미리 계획을 하려면 목적에 걸맞는 재료와 사실들이 필요해집니다. 디자이너는 목적에 맞는 재료와 툴을 고르고, 역사가는 목적에 맞는 사실과 관점을 고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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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사용자가 디자인을 고르는 기준은 사용 목적입니다. 역사독자가 역사를 고르는 기준도 역사 목적입니다. 전염병에 대해 알고 싶으면 전염병 역사를 고르고, 디자인을 알고 싶으면 디자인 역사를 고를 것입니다. 이렇듯 디자이너와 사용자, 역사가와 독자는 목적을 놓고 서로 소통하는 셈입니다. 즉 사용자와 독자는 디자이너와 역사가가 선택하고 구성한 목적을 골라 읽고 평가합니다. 그래서 역사가에게 있어 '목적'은 목숨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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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은 아주 중요합니다. 디자인 만큼이나 역사도 그렇습니다. 이런점에서 저는 디자인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곧 디자인 개념과 분야 그 자체의 목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란 생각입니다. 개인이든 학회든 디자인 역사를 구성할 생각이면 목적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과 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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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 샘은 '지금까지 한국 디자인역사는 오로지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만이 있었다'는 화두를 던지셨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나요? 디자인에 국가라는 목적은 나쁜걸까요? 아니면 좋은 걸까요? 이도저도 아니라면 다른 목적은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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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런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이런 기회를 마련하고 부족한 제게 발언 기회를 주신 한국디자인사학회와 최범 샘께 다시한번 고맙다는 말씀 올립니다. 아울러 다음주 다다음주에도 학회가 이어지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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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번에 처음 온라인 학술대회를 했는데 저는 진지한 학술 논의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더 좋네요~ 훨씬 덜 권위적이고, 채팅 등 참여율도 높고요. 앞으로도 이렇게 가요~ 오프라인은 즐겁게 파티파티 쉑쉑 하고요~ 한국디자인사학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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