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 미술, 디자인을 한국말로 바꾸면

by 윤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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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영 샘이 예술과 공예, 미술, 디자인을 한국말로 바꾸어 주셨는데, 예술은 '멋부림'이고 공예는 '차림것 멋부림', 미술은 '처럼 부름것 멋부림'이고 '디자인은 '부름것 엮기'이다. 선생님은 기호란 불러온 존재라는 의미에서 '부름것'이라 말했는데, design은 de+sign(기호)라 부름것이라 말해도 무방하다. 즉 예술, 공예, 미술, 디자인은 크게 보아 '멋부림, 차림것, 부름것'으로 여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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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와 미술은 모두 예술이다. 이들의 관계는 겉과 속의 관계로 보면 쉽게 구별된다. 예술은 겉과 속이 같은 '참'인 상태다. 이 예술이 일상에 차려진 존재들이 공예이다. 르네상스때 이 공예에서 겉과 속이 구분되어 분류되고 겉만 도려낸 것이 바로 '미술'이다. 그래서 공예는 뜻하지 않게 기능과 실용성을 의미하는 '속'만을 담당하는 개념이 된다. 그러니까 르네상스때 예술이 겉과 속으로 분리되어 미술과 공예라는 분류된 인식이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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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르네상스 시대는 '공예미술운동'이 일어난 시기다. 이 운동이 19세기말 영국 윌리엄 모리스에 의해 역전되어 '미술공예운동'으로 바뀐다. 전자가 공예가 미술로 여겨진 것이라면, 후자는 미술이 공예로 여겨진 것이다. 이 운동은 후일 디자인 개념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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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예술=공예+미술'의 도식은 20세기 중반 '공예+미술=디자인'이라는 도식으로 나아간다. 이를 논리적으로 정리하면 '예술=공예+미술=디자인'이 되어 '예술=디자인'이란 인식을 갖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예술과 디자인은 같은 개념이 아니란 점이다. 그 이유는 저 도식에서 빠진 역사적 맥락 때문이다. 그러니까 예술이라는 말이 쓰이던 역사적 맥락과 디자인이라는 말이 쓰이던 역사적 맥락이 다르다. 그래서 두 분야는 말과 개념이 다르다. 그렇다면 '예술=공예+미술' 시절의 '공예' '미술' 개념과 '공예+미술=디자인' 시절의 '공예' '미술' 개념도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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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개념은 시공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이를 인식할때 비로소 예술과 공예, 미술, 디자인 개념이 제대로 보여질 것이다. 그래서 서양어 혹은 한자어로 된 말들을 한국말로 번역할때 낱말이 아니라 여러낱말이 조합된 마디말로 번역하는 편이 좋다. 그러면 변화무쌍한 말의 개념 변화에 잘 대처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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