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다 한번씩 쓰는 글인데, 매번 쉽지 않네요. 짧아서 부담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네요. 내용을 압축해서 넣어야 하니. 10월 한글달이라 '한글'에 대해 썼습니다. 참 이 글을 읽고 지식산업사 대표님이 독자로서 격려 전화를 주셨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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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엔 ‘한글날’ 있어 그런지 이맘때면 새삼 ‘한글’에 대한 자부심과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한글은 ‘한국국어학’이란 그릇에 담기에 너무 크다. 한글은 한국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말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은 자신들의 전용문자로 한글을 채택했다. 그래서 한글은 한국사람들만의 유산이기 보다는 세계 문명의 자산이어야 한다. 알파벳이 로마사람들만의 문자가 아니었듯이.
한글은 만든 사람과 날짜, 원리가 밝혀진 아주 독특한 문자다. 한글은 세종에 의해 약 600년 전 발명되었지만 전면적으로 사용한 것은 불과 수십년이다. 1919년 ‘기미독립선언문’을 보면 토시 빼고 전부 한자다. 1970년대까지 인쇄매체에 주로 한자가 쓰였다. 지금도 주요 학문용어 대부분이 한자어 혹은 영어다. 말이 어쨌든 2000년대 이후부터는 한자, 영어 등 모든 소리가 한글로 표기된다. 이제 비로소 한글의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디자인에 있어 한글의 위대함은 형태에 있다. 한글의 자소는 모두 점·선·면(세모, 네모, 동그라미)으로 구성된 단순한 추상요소이다. 추상적인 자소들이 조합되어 말소리가 이미지로 표현된다. 추상예술가인 칸딘스키는 ‘바우하우스(1919~1933)’의 교사였다. 바우하우스는 건축전공자였던 이상이 동경했던 독일의 실험적인 건축디자인학교였다. 바우하우스 총서에는 칸딘스키가 쓴 <점·선·면>이란 책이 있다. 그는 점과 선, 도형과 같은 추상요소를 가지고 소리를 담는 기호를 만들었다. 음악의 악보와 음표처럼 미술에도 문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칸딘스키는 점·선·면으로 알파벳과 같은 문자체계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세종은 칸딘스키가 상상도 못한 일을 해냈다. 추상적 요소들을 갖고 가장 뛰어난 소리 문자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만약 칸딘스키가 한글의 존재와 원리를 알았다면 어땠을까? 세종이 점·선·면을 가지고 알파벳보다 뛰어난 문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엄청나게 감격했을 것이다. 그것도 무려 500년을 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