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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

by 윤여경

도시가 변하고 있다. 생산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변하더니 이젠 주거 중심으로 빠르게 변한다. 그런데 도시에 관련된 많은 책들이 여전히 생산+소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시 관련 사업들도 생산+소비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문제에서 볼 수 있듯 도시는 생산과 소비가 아닌 주거 중심으로 변했고, 생산과 소비는 점차 도시 외곽으로 밀려난다. 예전엔 사람들이 교외에서 살면서 원도심으로 출근했다면 이젠 그 관계가 역전되어 원도심에서 살면서 교외로 출근한다. 심지어 쇼핑까지 도시 외곽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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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는 곳은 자연스럽게 문화가 중요해진다. 산업도시, 시장도시 개념에 문화도시 개념이 더해진 것이다. 그럼 우린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도시 문화가 뭐지?" 과거 도시 문화는 앞선 말한 생산과 소비 중심으로 여겨졌다. 일하고 쇼핑하고. 하지만 현대의 도시 문화에선 공장과 시장 보단 학교와 교육, 주거와 커뮤니티가 더 많이 강조된다. 동시에 예술과 디자인 같은 창작 및 소통 활동도 중시된다. 즉 문화도시란 사람이 살면서 성장하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도시를 말한다. 나는 이런 그림으로 도시재생, 도시문화, 공공예술,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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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예술과 공공디자인을 예술과 디자인의 단순한 확장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유명하고 잘나가는 예술가와 디자이너라면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도 잘할 것이라 여긴다. 아니다. 비슷한듯 보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마치 야구선수가 골프를 치는 느낌이랄까. 휘두르는 행위는 비슷하지만 대상과 필드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미술관과 백화점 중심으로 활동해온 미술가나 디자이너는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에 적응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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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예술과 공공디자인은 기존과는 결이 다른 완전히 새로운 분야다. 무엇보다 미술과 디자인의 주체성이 아주 복잡하게 얽히게 되어 과정이 아주 중요해진다. 어쩌면 공공예술과 디자인의 결과는 과정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과보다 과정이 빛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미술가와 디자이너가 더 적합하다. 미술분야로 치면 결과물이 확실한 회화나 조각 같은 전통 예술분야보다는 오히려 결과물 자체가 없는 헤프닝이나 미디어, 행위 예술 같은 현대 예술분야가 어울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시장 중심의 디자이너는 공공디자인이 어색할 것이다. 공공디자인은 상품과 서비스 등의 산업경쟁력이 아니라 시각문화적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 낡은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발견하고, 새로운 취향을 만들어 내고 소통하는 능력이랄까. 그런데 현재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은 모두 산업과 전통 지향적이라 뭔가 이질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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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도시는 급격히 변하고 있고 또 문제가 너무 복잡하기에 그냥 현상만 보아서는 결코 해결할수 없다. 대강대충 얼렁뚱땅 해서는 문제만 더욱 키울뿐이다. 그래서 문화도시, 공공예술과 공공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개념적으로 깊은 사유가 선행되어야 한다. 즉 본질적으로 도시와 공동체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공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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