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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Sep 18. 2017

타밈 안사리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근대 이슬람의 역사를 살피다보니, 후발 세속국가가 취할수 있은 전략은 결국 개발과 민족주의 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는 너무 느리고, 기존 엘리트 체제가 깨진이상 공화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무늬만 공화정인 대의제 민주주주의를 내세우고 개발과 민족을 앞세워야 할 수밖에... 이렇게 생각하네 우리나라 근대사가 다시 보인다.

***네에 사이좋게도 보수우파가 개발을 진보좌파가 민족주의를 나눠 갖고 내치를, 외치인 외교와 국방은 미국이 담당했었네요. 그렇게 '근대화-산업화'라는 모진 프레임을 견뎌왔네요. 민주화-세계화 시대에 들어와 이 프레임에 급격히 균열이 가고 있는듯 싶고요. 다음 프레임은 무엇이 될지...반면 이슬람은 개발+민족의 세속주의와 전통+개혁의 이슬람주의의 갈등이 지속되었기에 세속주의가 한계에 달하니 이슬람주의가 급부상하는 소리가 들려요. 우리와 달리 대안이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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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밈 안사리의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를 읽었다. 이 책은 백미는 후반부다. 이슬람 세계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저항, 전쟁, 혼란, 쿠테타, 혁명, 테러 등을 잘 묘사한다. 더불어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서구의 흐름도 상당히 흥미롭다. 작가의 메타적 시각이 정말 탁월하다. 역사적 기억이 다른 문명이 어떤 문명에 종속되어야만 했던 19-20세기 근대화 과정은 이슬람세계나 중화세계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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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인용하고 싶은 구절이 많았지만 꾹꾹 눌렀다. 하지만 이 대목만큼은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 후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후퇴한뒤 치뤄진 민주주의 선거에서 한 남자가 선거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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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도시 사람들 몇 명이 종잇조각을 가지고 와서 우리가 그 종이에 어떻게 표시를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또 설명했고, 우리는 예의 바르게 그 설명을 들었어요. 우리는 먼 길을 온 데다가 무례하게 굴고 싶지는 않아서 그랬는데, 그래도 그 도시 놈들이 우리한테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까지 말해줄 필요는 없었어요.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표시를 했지만 누가 우리를 대표할 것인지는 언제나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 대표의 가족은 무함마드 칸 시절부터 여기 살았어요. 저 산마루에 넘어가면 계곡 건너에 그의 집이 보일 거예요. 이 동네에서 제일 크죠! 그는 매년 축제때 와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우리한테 무슨 어려움이 있는지 물어보고,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면 자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얼마를 갖고 있든 그 자리에서 내준다니까요. 그는 진정한 무슬림이에요! 그거 아세요? 내 여동생의 남편의 사촌이 그의 처제와 결혼했어요. 그는 우리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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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투표! 20세기 한국에서 사람들을 움직인 결정적 힘이 아닌가. 이슬람과 한국에서 민주주의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금은 어떨까? 과연 우리는 뭘 알고 뽑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아무튼 이 책을 추천해주신 노란초(Rancho Noh)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시야가 넓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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