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자소는 생각할수록 참으로 잘 만들어졌다. 한글 모음은 아래 아(점)와 수평선(이), 수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은 크게 세가지 사태로 세상을 인식하는데, 첫째는 안과 밖, 둘째는 앞과 뒤(혹은 옆), 셋째는 위와 아래이다. 한글 자소는 이 세가지 조건에 완전히 부합한다. 아래 아는 안과 밖, 수평선(으)는 앞과 뒤, 수직선(이)는 위와 아래를 그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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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3가지 구성은 x-y좌표의 2차원적 평면을 상상하게 한다. 여기에 z좌표가 들어오면 3차원 구성으로 전환된다. 한글의 자음은 모음에 방향성과 움직임을 줌으로서 3차원 구성을 완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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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음 자소의 기본은 5개로 구성된다. 기억, 니은, 미음, 이응, 시옷. 자음 ㄱ은 앞뒤로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다. ㄴ은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느낌이다. ㅁ은 밖에서 안으로 모이는 느낌이다. ㅇ은 안에서 밖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다. ㅅ은 다소 아리까리 한데... 시 사 서 스 소 수의 발음상 느낌으로 보아 어떤 사태나 사건이 벌어지는 있음을 암시한다. 시는 신난다, 사는 산다, 서는 선다, 스는 (녹)슨다, 소는 (총)쏜다 등 모두 시간적 흐름에 따라 어떤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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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자음 자소는 발음의 세기에 따라 전개의 정도가 달라진다. '가'보다 '카'나 '까'가 훨씬 느낌이 세다. '그'는 그어진 한계를 말하는데 '크'는 그 한계를 벗어나 '그'가 더 커지는 느낌을 준다. ㄴ의 경우는 ㄷ, ㄹ로 발음이 복잡해지며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느낌의 의미가 복잡해진다. 이런 현상은 모음에도 확대 적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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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소는 모음 3개, 자음 5개로 이루어져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모음은 사람의 인식 범주를, 자음은 그 범주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그리고 있다. 2차원의 모음공간이 자음과 합쳐 3차원의 자모음시간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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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와 ㄴ의 관계를 살펴보자. '느'는 위아래가 안정적이다. '노'가 되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다. '누'가 되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다. 이번엔 ㅣ와 ㄱ의 관계를 살펴보자. '기'는 앞뒤가 고정되어 있다. '가'가 되면 이쪽에서 저쪽으로 나아가고, '거'가 되면 저쪽에서 이쪽으로 다가온다. 이런식으로 모음과 자음의 3차원성을 살피면 재밌는 도식이 그려질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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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자음+모음이 기본이지만 여기에 자음을 하나 혹은 둘, 심지어 셋까지도 붙힐 수 있다. '없'처럼. 또 모음도 두개 정도 붙힐 수 있다. '와'처럼. 이렇게 자소의 복잡성이 높아지면서 '소리느낌'은 점차 '소리의미'로 전환된다. ㅅ ㅣ • ㄹ ㅣ • ㅇ ㅎ ㅣ• ㅣ. 소리의미들이 모여 낱말이 되고 이 낱말들이 모여 문장이 된다. 사람은 소리느낌을 조합해 소리의미를 만들고 소리의미로 구성된 낱말들을 가지고 말놀이(글놀이)를 통해 소리의미의 복잡성을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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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가설적 흐름은 한글만이 아니라 알파벳이나 하라가나 같은 다른 표음문자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즉 한국만의 특수한 언어법칙이 아니라 모든 언어의 보편적인 언어법칙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법칙은 촘스키의 생성론, 레이코프&존슨의 은유론과 다른 새로운 언어보편법칙 가설이다. 굳이 따진다면 둘을 합친 것에 최봉영 샘을 더한 것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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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영어학자들은 어법을 만들었고, 근대의 언어학자와 철학자들은 옛말과 어원을 찾았다. 소쉬르는 언어의 구조를 파악했고,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형성되는 과정을 파악했다. 퍼스는 앞선 이들이 간과한 언어들의 개념을 보충했다. 촘스키는 언어의 생성원리를 찾았고, 레이코프&존슨은 언어의 학습원리를 찾았다. 내 보기에 이 모든 주장은 옳다. 각각의 주장들은 복잡한 사람 언어의 한 측면들을 강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봉영 샘은 이 모든 것을 엮어 바탕뜻, 짜임뜻, 쓰임뜻으로 정리하셨고 나는 여기에 '느낌' 개념을 보탰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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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생각의 바탕이다. 사람이 개와 구별되는 것은 언어 덕분이다. 때문에 언어는 사람의 본질이요. 나아가 문화와 문명의 본질이다. 사람들은 사람의 언어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이 알아감의 정도에 따라 사람이 무엇인지, 사람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그래서 언어 연구는 다른 모든 연구들의 기본 바탕이 되는듯 싶다. 여기가 바로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