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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씽킹'에 대한 흔한 오해

by 윤여경

사람들이 '디자인씽킹'을 '디자인방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렇게 여길수도 있지만 직접 디자인을 하면 그게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막상 '다른 누구가의 디자인씽킹' 즉 '다른 누군가의 디자인방법'을 가지고 디자인을 하려고 하면 디자인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 또한 디자인씽킹에서 말하는 디자인방법을 나의 디자인과정에 적용하려다 낭패를 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을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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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씽킹에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씽킹'이다. 디자인씽킹은 디자인하는 사람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기에 '생각'이 무엇인지 알아야 '디자인생각'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사람의 생각이 수학처럼 딱딱 논리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생각은 '숫자=수학'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말=언어'에 가깝다. 그래서 보통 사람의 생각을 알려면 '숫자'보다 '언어'를 살피는 편이 좋다.(물론 때론 숫자가 언어보다 정확할 때가 있기도 하지만, 빅데이터 시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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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언어논리과 숫자의 수학논리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이 점은 누구나 착각하기 쉬운데 기존 언어학도 '언어=수학'이라고 생각해 한참을 헤맸다. 그 유명한 데카르트부터 촘스키까지 모두 이 함정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지금은 언어학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지만, 여전히 언어가 수학과 유사한 논리구조를 갖고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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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수학처럼 착착 논리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현대 언어학, 특히 레이코스와 존슨의 은유언어학이나 신경언어학에서 언어가 사람의 감각-지각경험과 아주 밀접하며, 언어가 소통될때는 경험을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언어로 은유된다고 말한다. 수학은 경험을 배제하고 수학과 기호의 관계논리만 맞으면 괜찮지만, 언어는 지속되는 감각경험에 의해 은유성이 계속 바뀐다는 점에서 수학의 논리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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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씽킹을 디자인방법으로 여기는 것은 디자인에 객관적인 방법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디자인 생각이 수학적인 논리구조라 생각해 수학공식처럼 디자인에도 공식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에는 공식이 없다. 앞서 말했듯 안타깝게도 디자인언어는 수학적인 논리구조와 완전히 다르게 때문이다. 게다가 디자인언어는 글자만이 아니라 그림까지 언어요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기존언어학에서 다루는 말언어, 즉 소리언어보다 더욱 복잡하다. 그래서 기존언어학의 내용만으로 디자인언어학을 나아가 디자인씽킹을 다룬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마치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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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나는 '디자인씽킹'이 '디자인방법'이 되긴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디자인씽킹'이 아무 의미없다는 말은 아니다. '디자인씽킹'은 그 자체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다만 그 의미가 객관적인 '방법'이기 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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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대방의 '생각=말'을 통해 그 사람의 '태도'를 알 수 있는 것처럼 '디자인씽킹'을 말하는 사람의 '디자인태도'을 읽을 수 있다. 풀어말하면 '디자인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통해 '디자인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디자인씽킹'은 '디자인태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또 다르게 말하면 '디자인씽킹'은 디자이너의 '생각'을 다룬다는 점에서 '디자인인문학'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주로 문학과 역사, 철학을 다루는 '인문학'은 아무래도 사람의 생각을 소통하는 분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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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디자인씽킹이 왜 수학적인 공식과 같은 디자인방법이 될 수 없는지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본다. 그래서 디자인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 디자인을 잘하고 싶어하는 분들, 디자인씽킹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당부한다. "디자인씽킹에서 객관적인 디자인방법을 찾지 마시고 디자인씽킹을 말하는 그 사람의 주관적인 '디자인태도'를 찾으세요" 예를들어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씽킹'을 알면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아 도널드 노먼은 이런 디자인태도를 갖고 있구나"라고. 아무래도 도널드 노먼은 인지과학자라 '즉각적 지각'이라는 측면에 한정해 디자인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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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나도 수업에서 '디자인씽킹'을 다룬다. 내가 다루는 디자인씽킹 주요 키워드는 '언어논리' '연역' '귀납' '귀추' '이성' '가설' '추론' 등 전통 언어학과 사유법에서 다루는 용어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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