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이란 말 그 자체의 의미가 늘 궁금했다. 여러 어원들을 보았지만 별반 소득이 없었다. design이란 말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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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은 de와 sign의 합성어이다. de의 경우 종종 con과 대비되어 쓰이기에 분해와 조립의 관계 정도로 이해했는데, uncouple과 decouple의 차이를 알게 되면서 de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un은 단순히 겉과 겉을 떼어내어 분리하는 것이라면 de는 속까지 분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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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de는 어느정도 짐작되지만 sign이란 말은 늘 의문이었다. 이 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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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지언어학 책들을 읽고 있다. 기존 언어학은 언어의 형태와 통사 즉 문법과 형식에 관심을 둔다. 반면 인지언어학은 문법보다는 의미, 형식보다는 내용에 중점을 둔다. 그래서 인지언어학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은 '인지의미론'이다. 다른 언어학에선 '의미'라는 말 자체를 금기시했기에 인지언어학의 주요 의의는 본격적인 언어의 의미 탐구에 있는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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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의미없는 언어는 없다. 그것은 그냥 스쳐가는 소리이거나 흔적일 것이다. 어떤 자극이든 의미가 부여될때 비로소 언어로 여겨진다. 그래서 '의미론'이야 말로 진정 언어학의 본질에 들어섰다 말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해서 집중해서 열심히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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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론'의 영어는 semantics다 이 말은 그리스어 semeion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 그리스말의 의미는 '질병의 증상'을 의미했다고 한다. 이 semeion에서 굴절되어 나온 말이 바로 sign이다. 우리가 기호라 번역하는 sign은 바로 '질병의 증상=의미'라는 말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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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아래는 임지룡 교수의 <한국어 의미론>의 각주를 찍은 것이다. 정말 의외의 곳에서 의외의 답을 찾았다. 이제야 비로소 오랫동안 궁금해왔던 design의 본래 의미. de와 sign, 왜 이 두개의 말이 합성되었는지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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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design의 개념적 의미는 말이 합성될때의 그 의도를 초월하지만 말의 바탕, 개념의 원형을 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왜냐면 말의 개념은 그 원형을 중심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의 원형을 안다는 것은 말의 중심점을 찾았다는 것이다. 즉 오늘 난 design이란 말을 구성하는 두개의 중심원형을 모두 찾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