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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러 생각

다오(DAO)와 디학

by 윤여경

어제 다른백년 프로그램에서 다오를 실험하는 위브의 창립자 이송이 대표님 강의를 들었다. 처음엔 크립토, 다오 등 온통 생소한 용어들이라 괜히 왔다는 생각을 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게 되었다. 이분이 추구하는 가치와 삶이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다오라는 생소한 웹3.0 시스템이 디학의 교육방향과도 너무 비슷했다. 우리는 비록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지만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모험가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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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이 질문을 했다. "진짜 다오와 가짜 다오를 어떻게 구분하나요?" 송이님은 이런 취지로 대답했다. "진짜 다오는 제대로된 규약을 갖추고 있어야 해요" 난 이 대답을 들으며 디학은 어떤 규약을 갖추고 있을까 생각했다. 이때 떠오른 두 단어가 '환대'와 '평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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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오는 디지털 개념인데 오프라인 교육만을 고집하는 디학의 커뮤니티 교육 개념과 너무 닮았다. 디학에도 암묵적 규약이 있다.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그런데 존중을 실현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디학을 처음 조직할때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로 '환대'를 꼽았다. "디학에 오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든 환대받을 가치가 있어" 누군가 이야기를 했고, 모두가 크게 동의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대학에서 환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생은 학생이라는 이유로, 선생은 선생이라는 이유로. 대학은 도대체 누굴 환대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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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라는 무형을 가치를 유형의 관계로 바꿔준 시도가 바로 '평어'다. 환대가 존중을 실현하기 위한 관념적 가치였다면 평어는 존중을 구현하는 실천적 방법이자 행동이었다. 평어는 이성민 샘이 디자인한 수평적 언어(대화) 체계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예의 있는 반말을 하면 된다. 환대가 개인적 감정 개념이라면 평어는 사회적 언어다. 디학은 평어를 통해 환대의 가치를 실현했고, 환대라는 가치는 평어가 디학에 잘 자리잡을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만약 둘 중 하나가 없었으면 환대도 평어도 실현시키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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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백년 칼럼에서 '평어'에 대한 지금까지의 경험을 정리했는데 '환대'와 연결된 부분이 빠져 아쉽다. 평어라는 언어현상에 집중하다보니 평어가 가능해지는 맥락을 미처 살피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할듯 싶다. "왜 우리사회는 환대가 아니라 적대하는 관계가 되었을까?" "왜 우리언어는 수평적인 평어가 자리잡지 못했을까?" "어쩌면 우리는 둘을 함께 생각하지 못하고 따로따로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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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님이 마지막 슬라이드에 제시한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단일작물을 경작하는 모습과 여러작물을 함께 경작하는 모습이 대비되는 그림이었다. 단일경작은 오로지 하나의 작물만 경작한다. 그 작물을 위해 다른 생명체를 말살하고 땅의 지력을 뽑아먹는다. 반면 여러식물을 함께 경작하면 작물들과 땅이 서로 공존공생한다. 송이님은 이 그림으로 다오가 지향하는 가치를 말씀하셨는데... 나는 '이 모습이 교육과 사회가 또 학문과 개념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되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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