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주의와 구성주의

by 윤여경

어제 수업에서 본질주의와 구성주의의 차이를 설명했는데... 왠지 계속 찜찜한 기분이다. 아침에 문득 둘의 차이가 태도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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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비유하면 본질주의는 단순화의 끝이 있다. 얼굴 사진이 본질에 가까워지면 얼굴모양과 눈, 입 정도가 남는다. 우리는 이를 아이콘이라 부른다. 그림에선 가장 단순한 아이콘이 가장 얼굴의 본질에 가까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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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에겐 '얼굴'이라는 말이 있다. 이 얼굴은 사람의 얼굴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얼굴을 포함한다. 어쩌면 사람의 얼굴을 단순화한 아이콘은 '얼굴'이라는 말의 본질이 아닐지 모른다. 사람 얼굴 아이콘은 '사람얼굴'의 본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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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시각언어(시각이미지)와 청각언어(청각이미지)의 간극이 생긴다. 이 간극은 왜 일어날까...? 나는 이 간극이 바로 '구성주의'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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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다양한 사람얼굴을 경험하면서 '얼굴'이라는 말의 원형적 개념을 획득하게 된다. 처음 이 개념은 사람얼굴의 단순한 아이콘을 본질로 둔다. 하지만 '얼굴'이라는 말이 개나 말, 자동차, 지렁이 등의 존재에 확대 적용되면서 기존 '얼굴'의 본질적 시각이미지가 재'구성'된다. 이때 바로 구성주의가 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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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본질주의와 구성주의를 놓고 둘 중 하나를 꼭 선택해야만 한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둘은 모순율적인 태도가 아니라 맥락에 따라 혹은 인식 순서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하게 되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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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장 단순한 얼굴 아이콘 떠올려보자. 이 아이콘은 사람 얼굴의 본질이다. 여기까지가 본질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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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본질주의 입장에서 한발 더 들어가면 얼굴 아이콘은 해체된다. (여기서부터 현대미술) 동그라미라는 면 하나와 점 두개 그리고 선하나로. 이렇게 구상적 얼굴이 추상적인 점/선/면 4개의 요소로 뜯어지면 이제 우리는 '사람 얼굴'이라는 본질에선 벗어났다. 동시에 새로운 구성을 위한 준비가 되었다. 4개의 요소를 새롭게 조합해 '얼굴'에 해당되는 새로운 이미지를 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롭게 구성된 얼굴 이미지가 기존의 '얼굴' 개념을 바꿔버릴지도 모른다. 이게 구성주의다. 이걸 영어로 '콘포지션'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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