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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Sep 18. 2022

문화도시 영도 브랜딩 수상을 축하하고 응원하며

도시브랜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정 기업이나 카페 등 목적이 분명한 산업과 상점은 감각적인 심벌과 로고타입에 의한 시스템이면 충분히 좋은 브랜딩이 될 수 있지만, 도시브랜딩은 감각적인 디자인만으로 좋은 브랜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브랜딩의 주체가 아주 많고 그 목적도 아주 복잡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도시브랜딩이야말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브랜딩 디자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시브랜딩은 전문가와 행정관료, 시민 등 다양한 주체들의 적극적 참여가 요구된다. 다만 이 주체들이 어떤 시기에 어떤 역할로 참여하는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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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문화도시 브랜딩은 이 복잡한 상황을 하나의 어울림으로 승화시킨 보기 드문 사례이다. 나는 영도 브랜딩이 아주 훌륭하다고 여기는데, 그 이유는 디자인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앞서 말한 다양한 주체의 적극적 참여와 더불어 역할의 조정이 아주 잘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디자인도 아주 훌륭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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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은 과거나 현재보단 미래를 위한 비젼이다. 그래서 브랜딩은 육아 과정과 유사하다. 낳는다고 끝이 아니다. 낳았으면 잘 키워야 한다. 그래야 브랜딩이 시각문화로 성장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 브랜딩도 온 마을이 함께 키워야 한다. 영도구청과 문화도시센터 그리고 디자인팀과 영도의 시민들은 브랜딩을 낳고 내버려두지 않았다. 브랜딩을 잘 키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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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브랜딩 제작 과정에서 구청과 센터, 문화기획자들은 디학(섞어짜기)과 함께 디자인을 공부했다. 구청 주무관들과 센터 크루들이 자발적으로 디자인 교육을 청했다. 브랜딩이 만들어지고 문화도시 센터는 영도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을 모아 영도 브랜딩을 교육하는 과정을 기획했다. 장차 이 분들이 영도 브랜딩을 이끌고 갈 인재들로 성장하기를 기대라며. 이렇게 영도에 작은 디자인 커뮤니티가 시작되었고 이후 교육에 참여한 분들 몇몇과 구청, 센터는 디자인 협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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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구청과 센터는 영도 브랜딩 확산을 위한 '디자인잇기(https://www.youtube.com/watch?v=NKnRrGlMwPg)' 과정을 시작했다. 영도 브랜딩 개념을 활용해 영도 소상공인들의 브랜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브랜딩 지원 사업을 한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 커뮤니티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2021년에는 영도 디자이너들의 커뮤니티를 목적했다면 2022년에는 전국 디자이너들을 영도에 모셔 전국 커뮤니티를 형성하고자 했다. 이 사업이 바로 '영도 타이포그래피 썸머스쿨'이다. 이 외에 영도 브랜딩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중이다. 브랜딩 굿즈 제작과 브랜딩 과정을 담은 책도 출판했다. 이렇듯 영도 구청과 문화도시 센터는 영도 브랜딩을 육아를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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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진짜 제대로 된 도시브랜딩 사례를 하나 만들고 싶었다. 멋진 심벌마크나 로고타입이 아닌 전혀 새로운 개념의 도시브랜딩을 하고 싶었다. 우리는 '놀이' 개념을 가져와 브랜딩 규칙을 만들고 이 규칙을 활용한 디자인 놀이를 브랜딩의 중심에 두었다. 그리고 이 놀이를 활용한 지속적인 사업과 활동을 요구했다. 놀랍게도 구청과 센터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영도의 다양한 주체들도 브랜딩을 둘러싼 새로운 모험과 도전에 적극 호응해 주었다. 그 덕분에 지금의 영도 도시브랜딩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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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문화도시 브랜딩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이다. 아직 더 키워야 한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학교로 사회로 진출할수록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 의해 성장하듯이. 영도 브랜딩도 더 많은 시민들에 의해 키워질 때 진정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때문에 도시브랜딩은 몇 일 혹은 몇 달로는 성과 내기가 불가능하다. 최소 몇 년은 지나야 그 효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시작해야 한다. 어쩌면 이런 도시브랜딩의 숙명때문에 좋은 도시브랜딩이 탄생하기 어려운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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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도 문화도시 브랜딩은 세계 디자인어워드에서 상을 3개나 받았다. 하나는 입선이고, 둘은 본상이다. 레드닷과 IDEA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게다가 미국 산업디자인협회에서 주는 IDEA는 '은상(Silver)'을 받았다. 대기업에서는 종종 높은 상을 받곤 하지만, 공공디자인에서 특히 도시브랜딩에서 이런 수상은 흔치 않다. 그렇기에 영도 문화도시 센터에서 직접 시상식에 방문했다. 수상자로서 또 문화기획자로서 행사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 좋은 기회이자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 경험이 후일 영도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화+디자인 기획에 밑거름이 될지도 모르니까. 이미 영도 구청과 문화도시 센터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내년 문화+디자인 사업을 구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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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브랜딩이란 무엇일까?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생각했던 도시브랜딩은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알려지는 것을 너머 시민들에 의해 많이 쓰여지기를 바랬다. 즉 영도 문화도시 브랜딩의 가장 큰 목적은 '쓰임'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브랜딩 자문위원이었던 국민대 시각디자인과 이지원 교수는 이 브랜딩을 'Do-able Identity'이라 명명했다. 그 취지는 브랜딩 가이드 북에 잘 나와있다. 일부를 인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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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브랜딩은 기업의 그것과는 다르다. 복합적인 정황과 다양한 사람, 그리고 그들의 서로 다른 삶이 얽힌 도시를 대표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열린 결말로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어야 하며, 그곳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생산에 참여하는 수단으로 쓰여 도시의 인공적 풍경 확장에 기여해야 한다. 플렉서블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매체 확장에 중심을 뒀다면, 이제 이미지 생산에 초대하여 누구나 “할 수 있게” 돕는 사용자 확장의 아이덴티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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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문화도시 브랜딩이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디자인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가장 빨리 성장하고 가장 많이 쓰이는 도시브랜딩이 아닐까 싶다. 현재 영도 브랜딩은 영도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 확산되고 있다. 그 증거가 '영도체'다. 영도 브랜딩이 '영도체'라는 글꼴을 통해 널리널리 확산되고 있다고 할까. 이런 점에서 영도 문화도시 브랜딩은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브랜딩이다. 해외에서 이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이 응원이 앞으로 영도 브랜딩의 성장에 좋은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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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체 다운로드 http://ydct.or.kr/artcity/about/

사진 제공 : 고윤정 영도 문화도시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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