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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Oct 15. 2017

길드의 현대버전, 학원

방금 어떤 분의 글을 읽고 눈이 번쩍 뜨였다! 그분은 글은 학원의 강압적 수업 분위기를 성토한 글이었는데... 난 그 글에서 중세 길드가 보였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길드가 사라진줄 알았는데... 거대한 신분 세탁으로 건재하고 있었다! 게다가 입시와 연관되어 현재도 엄청난 권력과 수익을 누리고 있었다! 정말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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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대학은 르네상스 이후에 만들어졌다. 10세기 볼로냐에서 시작되었던 대학 시스템은 수도원과 가톨릭 사제들의 공부 제도증 하나였다.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논리를 알아야 했기에 산술과 기하, 천문과 음악을 배워야 했다. 또한 이 과정에 입문하기 전기 먼저 글을 읽줄 쓸줄 알아야 하므로 문법, 논리, 수사학을 배웠다. 순서대로 박사-석사-학사라 연결지을수 있다. 이 과정이 대학으로 발전했고, 르네상스 이후 아카데미 운동과 결합해 종교의 굴레를 벗고 왕립(국립)아카데미가 된다. 박사과정은 신학에서 과학으로 바뀌었고, 운영의 주체도 수도사나 주교가 아닌 왕과 국가관료가 된다. 그래서 나는 종교가 신성에서 이성으로, 성당에서 관청으로 바뀌었다고 말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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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문예가들은 아카데미라는 동아리를 조직했다. 예술가들도 질세라 아카데미를 조직한다. 길드의 집단 억압에서 자유로워지길 위해. 그래서 아카데미는 주체성을 강조했다. 이 아카데미가 국가와 결탁 왕립이 되고 후일 국립이 된다. 사립대학? 그런건 없다. 모두 같은 학제, 교육부나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현대 대학은 왕립아카데미와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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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길드가 근대 사라진줄 알았다. 그런데 펩스너의 <아카데미의 역사>를 보고 20세기초까지 길드가 왕성히 활동했다는 사실을 보고 놀랐다. 아 길드가 비교적 최근까지 있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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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는 중세의 장인-상인 자치 공동체이자 교육 시스템이었다. 종교단체가 후원했다. 가톨릭 국가에서는 수도원이나 주교가, 이슬람 국가에서는 수피단체들이 후원했다. 그럼에듀 아주 자유롭고 공고한 사립시스템이었다. 물론 그 안의 개인은 다소 억압당했지만, 공동체의 전통과 규율을 위해서 어쩔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야생적 시장에서 집단의 존폐가 걸려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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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이후 메디치 같은 자본가들은 개별적 문예가 예술가들을 적극 후원하면소 아카데미의 길을 열었다. 이후 정치 경제 사회가 자본가에게 장악되는 근현대사에서 아카데미의 성장은 불보듯 뻔하다. 길드의 쇠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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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길드가 사라지지 않았다니. 새로운 변종 길드, 공동체가 아닌 시장형 길드, 그것이 교육에서 학원 시스템으로 이어지고 있다니... 게다가 공교육 틈새에서 공교육과 결탁해서 여전히 건재하다니... 아니 이제는 아카데미보다 학원을 더 신뢰한다. 심지어 학원이름이 아카데미인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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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과거는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여기에서도 늘 과거는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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