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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Apr 23. 2023

[새 책] 문명디자인

곧 저의 새 책이 출간됩니다. 어느덧 6번째 책이네요. 이번 출간은 개인적으로 몇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는 오랜전부터 의지를 함께해온 이병한 선생님이 다른백년 이사장을 맡은 후 나온 총서에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둘째로는 이성민 선생님과 최봉영 선생님께 배운 내용을 담았다는 점입니다. 세번째로는 제 공부에 있어 아주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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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 디자인이 학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고민을 안고 쓴 첫 책이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2012년 스테파노반델리)입니다. 이 책을 쓰면서 제 앎이 얼마나 부족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후 저는 다시 대학을 다닌다는 새로운 각오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독학을 했으니 일종의 '윤여경 대학'을 다닌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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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부 과목을 정치/경제, 역사, 철학, 과학, 예술/디자인으로 구분하고 관련 분야의 고전과 책을 읽었습니다. 여기저기서 강의도 듣고 세미나도 따라다녔습니다. 그렇게 4년을 공부하고 낸 책이 <역사는 디자인된다>(2017, 민음사)입니다. 저에겐 일종의 학사논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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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디자인된다>는 저의 역사철학입니다. 이 책을 기반으로 미술/디자인사를 쓸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에는 이미 좋은 책이 많이 나와 있고, 저만의 새로운 관점을 제기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움'이란 주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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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예술과 디자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주제이고, 또 디자이너로서 꼭 이해하고 싶은 개념이었기 때문입니다. 2~3년 아름다움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한 결실이 <아름.다움,>(2022 이숲)입니다. 이 책은 저의 미학이론이자 석사 논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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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쓸 때 이미 저는 언어학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성민 선생님의 손에 이끌러 '은유언어학'에 빠졌고, 최봉영 선생님의 지도로 '인지언어학'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인지언어학을 제일 많이 번역한 임지룡 선생님의 강의와 책, 번역서를 읽으며 인지언어학과 시각언어의 관계를 살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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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디자인을 학문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때는 막막했습니다. 그러다 '시각언어'라는 말을 알게 되었고, 막연하게 이 말을 단서로 디자인 이론의 바탕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 인지언어학을 알게 되면서 뭔가 구체적으로 시각언어학 즉 디자인이론의 바탕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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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범위한 언어학에서 예술/디자인과 관련된 이론들을 선별해 정리했습니다. 나아가 이미지가 어떻게 언어로서 작동할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살폈습니다. 이를 정리한 책이 바로 이번에 출간되는 <문명디자인-디자인과 언어>입니다. 이 책을 쓰면서 나름대로 시각언어학의 기초를 다질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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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다른백년 초대 이사장이셨던 이래경 선생님이 제 글이 마치 '인식론' 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선생님의 서평을 들으며 제 책이 철학처럼 읽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디자인 철학책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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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문명디자인>은 10여년의 공부를 마무리하는 박사논문과 같습니다. 윤여경 대학을 다니겠다고 결심하고 얻은 값진 결실이죠. 고맙게도 학사논문과 석사논문을 출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박사논문까지 출판하게 되는 영광을 누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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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글쓰기를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을 메모 하고, 강의에서 말은 하지만 글로서 정리한다는 것이 너무나 어렵네요. 그래서 또 책을 쓸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얼마전 최범 선생님께  제가 더 이상 글쓰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도 글쓰기가 고역이셨다며 20년이 지나서야 편안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소 위안이 되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저는 글을 쓰기 시작한지 20년이 채 안되었으니 기다려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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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정도까지 공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선생님들과 친구들, 학생들 모두에게 감사하고 고마울 따릅니다. 거듭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예술과 디자인을 고민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좋은 영감을 드렸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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