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공부하고 싶다고 조르는 아이
오늘은 저희 딸 둘의 집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만 2세인 막둥이는 제외!) 얼마 전 저희 딸들은 그동안 풀던 문제집을 끝냈답니다. 저희 집의 집 공부 원칙은 하루에 문제집 4페이지를 푸는 거예요. 오늘은 필수 집 공부인 "하루 4쪽 공부"에 대해서 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
1. 집공부를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필수 준비물
저는 공부할 때 준비물을 잘 챙기는 걸 굉장히 강조해요. 보통은 집집마다 유아 책상 위에 필기구가 연필꽂이를 중심으로 많이 준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가면 필기구가 준비되어 있지 않죠. 아이가 가방에서 필통을 꺼내고 그 필통에서 연필과 지우개를 꺼내 쓰는 생활을 합니다.
집 공부에서도 마찬가지 방식을 적용했어요. 유아책상 위는 웬만하면 늘 깨끗하게 치워둡니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요. ^^) 책 한 권만 펼쳐도 금방 비좁게 느껴지니까요. 대신 집 공부를 시작할 때는 '문제집'과 '필통'을 반드시 챙겨 오도록 해요. 그리고 필통 안에 연필과 지우개가 바르게 들어있지 않으면 저는 한 번은 꼭 이야기합니다.
별아, 공부할 때 필요한 준비물이 뭐야?
지우개가 없네 오늘.
얼른 별이 지우개 찾아와~
학습준비물을 챙기는 습관을 집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학교에 가서 필기구 없이 공부를 한다는 건 제대로 된 학습준비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여러분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아이가 필통 특히 연필과 지우개는 공부할 때 알아서 챙겨 오나요? 아주 작은 포인트지만 습관으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신경 써서 잡아주시면 좋을 공부 포인트예요.
2. 문제집을 풀면 좋아하는 아이들
최근에 첫째와 둘째가 수학 문제집을 다 풀었어요. 첫째는 두 달 전부터 <완자 공부력 초등수학 문장제 기본 1B> 이걸 풀기 시작해서 1월 말에 다 풀었습니다. 제가 이 문제집을 선택한 건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였어요. 아이가 문장으로 쓰인 문제를 잘 풀 수 있는지, 어느 정도 문장 이해력을 갖추고 있는지 궁금해서였습니다.
문제 난이도는 중하입니다. 아이는 곧잘 풀곤 했어요. 참고로 2학기 내도록 돌봄 교실에서는 <EBS 만점왕>을 돌봄 강사님 주도하에 풀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아이는 1학년 2학기 동안 총 두 권의 수학 문제집을 푼 셈입니다.
둘째는 최근까지 <창의사고력 수학 킨더 팩토> 5권을 풀었습니다. 이건 첫째도 7살 때쯤 풀었던 문제집이에요. 스티커도 있고 단순 연산이 아니라 공간지각력,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들이 다양하게 있어서 아이가 즐겁게 풀었습니다.
저희 집은 어떤 공부를 하던 원칙은 '하루에 4쪽만‘이었어요. 하지만 둘째는 이 문제집 문제를 푸는 게 너무 재밌다고 하면서 하루에 10페이지를 푼 적도 있답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과정을 즐거워하나요?
요즘 '공부 정서', '공부 효능감', '공부 자신감' 등의
용어가 유행이더라고요. 저희 아이들은 다행히도 공부에 대한 정서를 잘 형성해가고 있어요. 그 기저에는 '하루에 4쪽만 하면 그 이후는 내 맘대로 자유시간'이라는 분위기가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집은 공부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첫째와 둘째는 네 쪽 공부, 그리고 학교나 방과 후 숙제만 마치면 뭘 하고 놀아도 괜찮아요. 장난감을 가지고 놀든, 책을 읽든, 안방에서 몸으로 놀든, 보드게임을 하든, 역할놀이를 하든 자기 전까지는 크게 제지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때로는 문제집 4페이지가 적다고 느껴서 더 풀려고 하기도 해요. 어찌 보면 참 고맙고 대견한 모습을 보여줘서 감사한 때가 많습니다.
3. 문제집을 직접 고르는 아이들
첫째는 새 문제집을 사야 하는데 서점을 가기 귀찮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했어요.
슬아, 이번 학기에
수학 문제집 두 권이나 풀었잖아.
이제 조금은 어려운 문제를
한 번 풀어보는 건 어떨까?
대신 엄마가 분량은 줄여줄게.
지금 수준의 문제집은 계속 풀어봐야
도움이 되질 않아.
어려워서 틀릴 수도 있지만
그걸 통해 배우면 되는 거야.
한 번 도전해 볼래?
아이는 문제집을 한 번 보고 결정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문제집에 대해 진짜 모르는 엄마라 조금 더 난이도 있는 문제집을 찾기 위해 네이버에 검색을 좀 했어요. 그리고 디딤돌에서 나온 <최상위 수학 S>를 선택했습니다. 그다음 단계가 <최상위 수학>이던데 S가 더 쉽다고 해서 일단 이걸로 골라 보았어요.
인터넷을 통해 문제집 사진을 몇 개 보여주었더니 흔쾌히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인터넷으로 구입했고 지난 금요일에 도착했어요. 아이에게는 두 페이지만 풀어도 된다고 했는데 너무 재밌다며 네 페이지를 풀더라고요. 기특하다고 칭찬을 해주었어요.
그리고 다음 계획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나누었답니다. 아이가 1-1학기 문제집을 곧잘 풀면 1-2학기 문제집은 아이의 동의를 얻어 <최상위 수학 S>를 사볼까 한다고요.
둘째는 킨더 팩토를 다 풀고 나서 문제집을 사달라고 사달라고 난리였어요. 그런데 제가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 같이 서점을 갈 시간은 안 나고 아이는 꼭 서점에 가서 사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었어요. 결국 어제 함께 서점을 가서 문제집을 구입했습니다. 아이 수준에 맞는 문제집 5권을 펼쳐놓고 아이가 내용을 꼼꼼히 살펴본 뒤 직접 고를 수 있게 기회를 줬어요.
아이는 결국 <기적의 계산법>을 골랐습니다. 저는 공부의 연속성을 위해 그리고 고르는 수고를 줄이기 위해 시리즈로 되어 있는 문제집을 구입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건 마침 5권 정도까지 나와있더라고요. 어제 서점에서 1권을 사고 오늘 인터넷으로 2권까지 구입해 둔 엄마랍니다. :)
아이들이 직접 문제집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주시나요? 아이가 자기 수준에 맞는 문제집을 고르는 것도 경험이 쌓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저희 아이들이 순한 것 아니냐고요? 절대요!!!!!! 저희 아이들 주관이 굉장히 뚜렷한 아이들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의 생각과 선택을 더욱더 존중해 줄 수밖에 없고요. 아이들은 자신의 선택을 존중받았을 때 더욱더 공부 동기가 잘 부여되어요. 문제집의 표지도 마음에 들어야 풀 마음이 생길 테니까요. 내지 디자인, 문제의 스타일도 아이가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는 기회를 한 번만 줘보세요.
처음에는 잘 못 고를 수도 있어요. "엄마가 골라줘요“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엄마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고 곁에서 여러 문제집을 펼쳐두고 살펴보며 아이의 선호를 짧게 짧게 물어봐 주세요. 점점 아이도 자신에게 맞는 문제집을 고르는 안목이 조금씩 생겨날 거예요.
언젠가는 저희 첫째 아이가 <디딤돌 최상위 수학 S 문제집>에서 한 문제를 틀리고 저희 부부가 했던 반응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보고 싶어요. 또 이 주제로 글을 쓰는 날이 얼른 오길 바라며, 오늘도 일을 하고 엄마인 나의 시간을 틈틈이 찾고 아이들을 잘 기르기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모든 분들의 하루를 응원합니다.
사진 © sigmund,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