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육아 중인 남편에게 커피를 보냈다.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by 어흥라떼

내게는 아이가 둘인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아들들은 3살, 1살인데 요즘 참 많이 아프다고 한다. 아이들이 코로나를 앓고 나니 열감기가 오고 그 이후에는 수족구가 따라왔다. 다 나아서 이제야 한숨을 돌리고 첫째는 어린이집을 오랜만에 다시 나갔는데 등원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갑자기 열이 나서 조기 하원을 했다고 한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예전에 둘째를 낳고 얼마 안 되어 딸 둘이 릴레이로 계속 아팠던 상황이 떠올랐다. 감히 내 친구와 그 남편의 힘듦이 예상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짧은 고민 끝에 친구네 집으로 커피와 디저트를 서프라이즈 선물로 보냈다. 친구는 오랜 가정보육으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달달 구리 커피를 사 먹으려고 했는데 마침 이렇게 집으로 보내줘서 너무 고맙고 감동이라고 했다. 그리고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근데 우리 집보다 너네 집이......
더 힘들 것 같은데 이거 받아도 될까 ㅠㅠㅠ


그렇다. 사실 우리 집 상황도 만만찮았다. 지난주 목요일 남편이 코로나에 확진된 것을 시작으로 첫째, 둘째, 셋째 사이좋게 넷이서 나란히 코로나에 걸렸다. 이틀 간격을 두고 네 명이 확진되어 이번 주 금요일까지 아이들의 가정보육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나는 지난달에 (치사하게) 혼자 걸렸었기에 이번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멀쩡히 출근이 가능했다. 오로지 아이 셋 가정보육의 어려움은 남편의 몫. 그 말은 곧 약 10일 동안 평일에는 혼자서 애 셋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나마 지난주에는 그럭저럭 아이들을 잘 돌보는 것 같았다. 남편이 극심한 몸살로 힘들어하긴 했지만 그리고 아이들이 열이 나고 기침을 하긴 했지만 그나마 긍정적인 기질의 남편이라 상황을 금방 받아들이고 아이들을 살뜰히 돌봤다. 나는 남편과 아이들의 상태를 간간히 카톡으로 그리고 전화로 물었고 남편의 가사 노력을 덜어주기 위해 급히 반찬배달도 시켜줬다. 주말에는 또 내가 육아에 동참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여기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주다.


남편이 지속되는 몸살로 인해 급격한 체력 저하를 느끼게 되면서부터 정신적으로도 지쳐가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상태는 주말을 보내며 많이 호전되었지만 남편은 쉽사리 회복이 안되었다. 남편이 걱정되어 직장에 가 있는 나는 사정을 말씀드리고 조금 일찍 퇴근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내가 집을 떠나는 아침 7:30부터 저녁을 먹기 전까지 7, 5, 2세 아이 셋을 혼자 봐야 하는 그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나 혼자 코로나에 걸렸던 9월 초에 남편은 일주일간 아이 셋 가정 보육과 한쪽 방에서 격리 중인 나의 병시중까지 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때도 참 많이 고생했는데 이번에는 나만 쏙 빠지고 아픈 본인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아픈 아이 셋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참 글로 쓰면서도 내 남편이 짠하다.)


직장에 있는 나라고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남편이 아파도 단 10분이라도 맘 편히 누워서 쉴 수 없다는 것, 잠시만이라도 아이들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지만 그건 이 상황에서 가능성이 제로인 상상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육아 동지로서 힘이 되어주고 싶었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비록 나는 출근을 했지만 마음만은 남편, 아이들과 함께이고 싶었다. 아이들과의 전쟁 난리통 속에서 나만 쏙 빠져서는 이 상황을 바라보며 헤헤거리는 것 같아 괜히 찔리고 미안했다.


친구에게 커피를 보냈던 일이 바로 생각이 나서 나는 이번에는 남편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기로 했다. 집 근처 카페를 찾아내서 똑같이 달달 구리 커피와 디저트를 배달시켰다. 비록 카톡으로는 남편의 반응이 떨떠름해서 조금 실망했지만 퇴근 후 집에 와서 다시 물어보니 달달한 커피 덕에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졌었다고 한다.(절대 강요에 의해 나온 대답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 싶다.)


코로나든 감기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아이를 집에서 하루 종일 돌본다는 것은 여러모로 힘든 일이다. 나 또한 지난 3년간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이들이 아파서, 코로나로 인해 가정보육을 하면서 내가 오늘 하루를 제정신으로 살긴 하는 건가 의구심이 드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의 어려움을 절대 모르지 않는다.


지난 주말에 남편이 지나가면서 이런 말을 했다.

애들이 아파서 돌보다 보니 정작 나를 돌볼 겨를은 하나도 없네.


쉽사리 어떤 대꾸를 하기가 힘들어 묵묵히 듣기만 했다. 오죽하면 이런 말을 할까 싶어 순간적인 나의 가벼운 말로 동조하기가 미안한 멘트였다. 흔히들 말한다. 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고. 아이를 돌보는 게 엄마의 주요한 역할이기에 그런 엄마는 (아파도 회복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절대 아프면 안 된다는 뜻으로 이 말이 쓰이곤 한다. 우리 집에서는 지금 남편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엄마, 아빠는 사람이 아닐쏘냐. 때로는 아플 수도 있고 제 역할을 다 못할 수도 있는 거지.


이 상황을 통해 한 가지 더 깨달은 건 내가 작년에 아이들을 집에서 돌보며 많이 힘들어했을 때 우리 남편은 남편대로 직장에서 마냥 편치만은 않았겠구나하는 것이다. 이렇게 또 우리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육아 동지가 되어간다. 남편의 두 번째 육아휴직 덕에 이전에는 잘 몰랐던 ‘가장’의 어려움을 나 또한 하나씩 하나씩 깨달아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아내든 또는 우리 집처럼 남편이든, 직장에 가는 배우자는 그 고마움을 따스한 말로 표현해주고 때로는 달달 구리 커피로 그 마음을 드러내 보면 어떨까 싶다. 육아를 하면서 마시는 커피는 그냥 커피가 아니니까? 꼭 커피가 아니더라도 내 아이를 돌보는데 대한 고마움을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는 건 정말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보내 온 인증샷. 하 참 이런건 꼬박꼬박 잘 보내요…




사진 © slashiophotography,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