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통해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글쓰기 초보에게 힘이 되는 경험

by 어흥라떼

이 글을 쓰기 위해 제 SNS에서 스크롤을 죽죽 내려가며 살펴보았습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쓴 첫날이 바로 2021년 9월 23일이었어요. 그날부터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글을 써왔네요.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쓴 지는 이제 만 3개월이 되었습니다. 내세울 만한 글은 딱히 없습니다. 제 핸드폰을 보다가 우연히 혹은 의도적으로 이전에 쓴 글을 다시 읽을 때면 이 부분은 문맥이 자연스럽지 않아서 고치고 싶고, 이 문장은 빼고 싶고 이런 문장은 세세한 설명을 위해 덧붙여 넣고 싶고 등등. 읽으면 읽을수록 제 글은 부족함 투성이에요. 더구나 책을 제대로 읽은 지(이렇게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이제 일 년 반이 지나서 저는 꺼낼만한 총알이 거의 없는 빈털터리 사수와 마찬가지입니다.


'양서를 많이 읽었다면 나도 저런 찰떡같은 비유를 할 수 있을 텐데 머릿속에 든 게 없으니 꺼낼 것도 없구나.'


때로 다른 이의 멋진 글과 책을 읽을 때는 허접한 제 글 솜씨에 대한 탄식이 나와요.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글이라고 내세울 만한 자격이 있든 없든 제 인생을 두고 봤을 때는 이렇게 꾸준하게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 대견합니다.


글빨이 부족함을 너무나도 잘 알아서 더 책을 붙들고 읽으며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여갔어요. 밥을 먹기 위해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도,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볼 때도 내 일상을 몇 시간, 며칠 단위로 복기해 가며 쓸 만한 순간은 없었는지를 돌아보는 게 제 습관이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두리번두리번하며 내 삶을 단속하기 바빴던 미어캣과 같은 삶이었다면 이제는 일상에서 보석 같은 에피소드를 찾고자 애쓰는 매의 눈으로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했던 너덜너덜한 마음의 글쓰기가 이렇게 제 삶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왔어요.


지난주 브런치를 통해서 뉴스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언젠가는 나도 브런치를 통해 멋진 제안(가령 출간? 상상만 해봅니다.)을 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해 왔습니다. 아직은 그럴 깜냥이 안 되는 걸 잘 알지만 글쓰기 햇병아리 같은 제게 이런 인터뷰 요청이 온 것은 너무 신기하고 반가웠어요.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있다가 브런치의 그 댓글을 읽자마자 어찌나 기분이 좋았는지. 재밌는 책을 읽고 깔깔 웃는 아이만큼이나 저도 핸드폰을 붙들고 깔깔 웃고 싶은 순간이었어요.


10~15분간 줌으로 인터뷰를 한 것도 좋았지만 기자님이 인터뷰이로 저를 선택한 이유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브런치에서 시리즈로 묶어낸 남편의 육아휴직 2년 차에 대한 글이 좋았다고 합니다. 누군가 제 글을 읽고 좋았다고 표현해 주는 것이 얼마나 제 마음을 뿌듯하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티는 안내지만 제 글에 찍힌 하트의 수가 몇 개 인지 누가 댓글을 달아주는지 저는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거든요. 그걸 볼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요. 뉴스 인터뷰라는 형식의 특성상 뉴스의 의도나 계획이 어느정도는 반영되어 있겠지만 어쨌든 저와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넘치고 또 넘치는 데 그중에 다른 이가 아닌 제가 선택을 받았다는 그 점이 저에게는 의미가 있었어요.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뉴스 인터뷰라는 색다른 경험이 찾아왔습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답신을 보낸 이후로 진행은 아주 빠르게 이루어졌어요. 뉴스라는 게 원래 이렇게 진행되는 건지 아니면 이 코너가 그런 건지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저 속도에 놀랄 뿐이었어요. 바로 다음 날 인터뷰를 하고 일주일도 안되어 TV 속에 등장한 제 모습을 두근대는 마음으로 볼 수 있었어요.


뉴스에 나왔다고 글을 쓰긴 했지만 실상 제 일상에는 아무 변화도 없습니다. 제가 키우는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가 TV에 나오느라고 자랑에 자랑을 했지만 삼남매는 그날 같이 뉴스를 보고 나서는 저에게 아무런 피드백도 없었어요. (아직 어떤 건지 잘 몰라서 그런 거라고 믿고 싶네요.) 하지만 제 속생각은 다릅니다. 새로운 기회를 제 글을 통해 잡았다는 성취감이 가장 큽니다. 남들은 글 한 편씩 쓰는 걸 작은 돌 쌓기에 비유하지만 저는 사실 돌 하나도 아닌 모래 한 알을 쌓는 기분이에요. 그만큼 부족하디 부족한 글쓰기로 느낀다는 겁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한 알 한 알 쌓은 모래를 부모에게 "이것 봐!!!" 하며 신나게 내보이는 아이들처럼 저 또한 "제 글 좀 보세요!"라고 할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어요.


그냥 글을 계속 쓸 만한 이유가 좀 더 짙어졌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오늘을, 내일을, 1년 뒤를, 5년 뒤를 기대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타인의 발전을 시기하고 질투하기에 바빴던 제가 저를 수없이 돌아보고 나의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을 노력해야 할지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저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저를 더 설레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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