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브런치에 올린 글, 정확히는 '스타벅스의 첫 손님이 되어 보았습니다.'라는 글이 약 5만 뷰를 달성했다. 브런치 메인의 여러 카테고리에 며칠에 걸쳐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했고 ‘이웃이 급등한 작가’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 덕에 하트도 많이 받고 구독자의 수도 급증했다.
사실 그 시기에 직장 일이 매우 쌓여있어서 브런치를 들여다볼 여유가 크게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쓴 글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져 브런치를 더 자주 들어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반응이 신기해서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자랑처럼 늘어놓기도 했다. 남편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잘 됐다, 축하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해 줬다.
이 글이 이렇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 집중하며 이유를 찾기 위한 생각들이 바쁜 일과 중 틈새 시간에 종종 내 머릿속을 차지했다. 내가 요즘 글쓰기 연습을 좀 꾸준히 했더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어 한편으로는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초심자의 행운이라기에는 과분한 선물을 브런치와 독자들로부터 받아서 연말인 만큼 더 센티해져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그리고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 뒤 막둥이가 새벽같이 기상한 날이 있었다. 새벽 5시 50분. 그날도 나는 글을 좀 써볼까 하고 노트북을 켰는데 개인 시간을 가진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우리 막둥이가 공부방 문을 열고 두 눈을 비비며 들어온 것이다. 아.................
육아하는 분이라면, 그리고 새벽 기상을 하는 분이라면 이때의 내 기분에 깊이 공감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누리는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새벽시간, 이 시간만큼은 내가 절대적으로 사수하고 싶은 나만의 시간인데 지금 나는 그 시간을 그 흔한 육아와 맞바꾸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남편도 전날 늦게 잠에 든 걸 잘 아는 터라 깨우기가 미안했다. 오늘만큼은 이왕 이리된 것 출근 전까지는 내가 돌보자 싶어서 막둥이와 함께 때 이른 (출근 전) 육아를 시작했다.
새벽부터 아이와 놀아주다 보니 불현듯 스타벅스를 간 그날 새벽이 떠올랐다. 나는 주로 새벽에 일어나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한다. 그날도 남편과 함께 일찍 일어나 공부방에서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안방에서 익숙하지만 외면하고 싶은 소리, 바로 막둥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잠시 울다가 그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조용해지는 시간이 오길 숨죽여 기다렸다. 하지만 결코 우리의 희망 대로 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나는 남편에게 탄식의 소리를 내며 눈빛으로 말했다. 결국 남편은 아이를 달래고 재우기 위해 안방으로 투입되었다. 이 순간이 사실 조금 불편하다. 누군가 한 명은 아이를 달래러 들어가야 하는데 나는 그 시간을 꼭 사수하고 싶고 내가 의지적으로 하기로 선택한 일들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내심 육아휴직을 하는 남편은 낮 시간이 조금 자유로우니 새벽의 개인 시간을 내려놓고 아이들을 돌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그걸 눈빛으로 표현했다.
남편이 막둥이를 잘 재워준 그 덕에 나는 이른 출근준비를 할 수 있었고 집을 나서서 스타벅스의 첫 손님까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을 글로 녹여낼 수 있었다. 애가 셋인 엄마이자 일하는 내가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출근 전 아침부터 카페나들이를 할 수 있었던 건 아니라는 거다.
결국 이런 생각까지 들자 내 글이 몇 만 뷰를 달성했고 구독자가 얼마나 늘었고 하며 남편에게 자랑한 내 마음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아이를 함께 키우는 입장에서 부, 모 둘 중 한 명이 여유를 누린다던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 취미와 특기 생활을 즐긴다는 것, 또는 가장 당연시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직장에서 일을 열심히 하고 그 어떤 성취를 이룬다는 것. 이 모든 것은 사실 다른 배우자가 가정일과 육아를 도맡아 열심히 하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난 것은 내 의지가 포함되어 있지만 그 새벽시간에 QT를 하고 글을 쓰고 홈트를 할 수 있는 것은 아이 곁에 함께 누워있는 남편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 함께 일찍 일어나 무언가를 했다 하더라도 아이가 울면 기꺼이 재우러 들어가 주는 남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 성취만 자랑할 게 아니라 그 성취를 이루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며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잘 감당해 주는 남편의 노력도 인정해 주어야 했다. 그리고 고마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했어야 했다. 나는 이 부분이 많이 부족했다. 육아하는 사람의 외로움, 공허함, 지침과 고됨을 지난 3년간 뼈저리게 느꼈던 나인데도 복직 후에는 내 성취를 이루고 내 보람만 자랑하기에 급급한 아내였던 것이다.
남편의 육아휴직이 이제 2년을 꽉 채워간다. 지난 1년간 열심히 육아하고 살림을 도맡아 한 남편 덕에 내가 복직해서 무사히 학교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 새벽 기상을 할 수 있었고 글을 쓸 수도 있었다. 긍정적인 지지와 응원 덕에 브런치에 도전할 용기도 가질 수 있었다. 올해는 이 모든 일들에 대한 고마움을 꼭 표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