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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흥라떼 Mar 03. 2023

새로운 출발점에 선 우리 가족을 응원할 때

나는 스스로를 응원해야지

일 년의 시작은 1월이지만 우리 가족의 시작은 어느덧 3월로 정해진 느낌이다. 남편과 내가 학교에서 근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들도 이제는 보육, 교육기관에 모두 다니게 되어 그 경계가 3월이 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한해의 첫 날인 1월 1일보다는 3월 1일이 더 떨리고 더 설레고 더 걱정이 많아진다.


올해 나와 남편은 다시 한번 육아휴직 바통터치를 했다. 1년의 육아휴직을 끝낸 남편은 복직을 했고 나는 처음으로 6개월간 육아휴직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나는 1년 단위로 육아휴직을 했던 터라 한편으로는 내 반년의 휴직이 참 낯설기도 하고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더군다나 그동안의 육아휴직 시기에는 가정보육을 하는 아이가 꼭 1명은 있었다. 그래서 정말 육아를 목적으로 한 휴직이었고 나를 돌아볼 시간은 상대적으로 참 부족했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다르다. 아침 시간은 바쁠지언정 셋을 학교와 기관에 보내고 나면 내 시간을 (노력한다면) 조금이나마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올해도 맞벌이를 하기에는 여러 가지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국 내가 또 휴직을 했다. 우리 아이들 중 첫째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둘째는 언니랑 다니던 유치원을 혼자 다니게 되었으며 막둥이는 급하게 집에서 거리가 좀 있는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등원을 시작했다. 세 아이의 교육기관이 모두 다 달라진 것이다. 게다가 거리도 많이 멀어져서 등, 하원 시간의 내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바빠질 예정이다.


어제 첫째 딸의 입학식, 그리고 둘째와 셋째의 새로운 반으로의 첫 등원길을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하고 나니 참 피곤하기도 하고 마음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어느새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서 제각각 홀로서기를 해나가는구나. 언제까지고 나와 남편의 울타리 속에서만 옹기종기 머물 것만 같았던 아이들이 저마다 가방 하나씩을 둘러매고 가야 할 곳을 자연스럽게 가는 모습이 참 얼떨떨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남편은 딱 일 년 만에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몸은 피곤하다고 말하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육아휴직이 한 10개월쯤 됐을 무렵부터는 그렇게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던 그였다. 막상 직장으로 가니 기분이 좋았나 보다.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는 작년의 나도 3월 2일에 똑같이 느꼈기에 아주 잘 안다. 내가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 동료교사, 학생들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삶에 크나큰 활력이 된다는 것은 같은 직업을 가진 내가 잘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어제는 아침부터 밤까지 풀타임 육아를 했다. 둘째, 셋째 등원을 시키고 첫째를 데리고 입학식에 참가했다. 입학식은 부모교육 시간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학교에 대한 안내를 세세하고 꼼꼼하게 전달받았다. 나와 잠시 분리되어 교실에서 첫 급식까지 먹고 하교한 딸은 학교가 너무 재밌다며 설렘을 감추질 못한다. 남편도 아이들도 다 제각기 이야기거리들을 하나둘 떠올리며 쫑알쫑알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그런데 나만 아직도 얼떨떨하다. 어제도, 오늘도 새로움이 가득한 환경이라 걱정이 클 아이들에게 조곤조곤 설명하고 이야기를 해주며 적응을 잘할 거라고 용기를 심어주었다. 내 시야에서 아이가 떠나는 그 순간에도 한 손을 연신 흔들며 잘 다녀오라고 응원해주고 나니 이제야 긴장이 풀리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내가 보인다.


언제 또 육아휴직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아이를 낳고 나서 처음으로 올해 8월부터 맞벌이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시간을 더욱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는 중압감이 나를 묵직하게 누른다. 내게 주어진 6개월간의 육아휴직 기간,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우선순위를 빠르게 정립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은 도서관부터 다녀와야겠다. 이제는 뭐든지 궁금한 것이 생길 때, 여유시간이 주어질 때 도서관에 나들이 가듯 발도장을 찍는 게 내 취미가 되었으니까.


(아이들이 아니라 나에게) 앞으로 주어질 낯선 시간들이 오늘에서야 참 설레고 기대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새 출발을 하는 남편과 아이들만 응원할게 아니라 나 또한 세 아이를 돌보며 육아와 살림을 잘 해낼 거라고 그리고 낮 동안 주어진 시간에도 (집안일에 매진하는 것이 아닌) 의미 있는 일들을 찾아서 잘 해낼 거라고 응원해주고 싶다.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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