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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흥라떼 Mar 23. 2023

담임선생님과의 첫 상담, 고작 10분?

나는 진짜 초보 학부모

지난주 금요일에는 떨리는 마음을 안고 학부모총회를 다녀왔다. 강당에서의 교육활동설명회와 학부모회 총회, 그리고 교실에서 담임선생님과의 대화까지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터였다. 그즈음 담임선생님께서는 '학부모 상담주간'과 관련한 가정통신문을 배부해 주셨다. 나는 상담의 방법으로 '전화'를 택했고 내가 편하게 상담을 할 수 있는 요일과 시간을 기재해서 아이를 통해 가정통신문을 회신했다.


이후 새롭게 배부된 학부모 상담주간 안내지를 받고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의 상담시간이 "2시 00분 ~ 2시 10분"으로 나와있었기 때문이다. 10분? 내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고 엄마인 내가 알려드릴 것도 있는데? 과연 이 10분 안에 제대로 된 상담이 가능할지 걱정부터 드는 나였다.


학기 초에 담임선생님이 얼마나 바쁜지는 잘 안다. 올해 복직한 남편도 담임교사로서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에 상담시간과 관련한 고충을 전혀 모르는 학부모는 아니다. 하지만 또 지금은 입장이 다르지 않은가? 우리 아이를 맡아주신 담임선생님이 바쁘실 건 알지만 학부모로서 내 아이에 대한 상담시간이 10분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은 결코 달갑지가 않았다. 하다못해 전화로 음식을 주문한다 해도 가격을 묻고 메뉴를 말하고 주소를 알려주려면 2~3분은 넘을 텐데 우리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10분 밖에 안 되다니.


나는 믿고 싶었다. 이 10분은 그저 형식에 불과하다고. 실제로는 '10분은 넘게 하시겠지?'라는 약은 기대를 품었다. 그리고는 선생님께 여쭈어 보고 싶은 내용 서너 가지, 그리고 내가 담임선생님께 꼭 알려드리고 싶은 아이의 특성 한 가지를 종이에 메모해 두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시간을 보니 상담시작시간보다 2분 빠른 1시 58분이었다. 담임선생님은 결코 느리지 않은 속도로 그리고 반가운 멘트로 나에게 첫인사를 건네셨다. 교실에서 미리 뵙고 인사를 드린 터라 담임선생님이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선생님은 아직 3월이고 아이들에 대해 파악하는 중이기에 엄마인 나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빠르게 전개되는 상담 속에서 나는 선생님께 꼭 알려드리면 좋을 아이의 건강상의 특징에 대해 말씀드렸다. 사실 이 내용을 말씀드리는 가운데 눈물을 흘리는 주책까지 부렸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은 구구절절한 내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오히려 공감해 주시고 나와 아이의 상황에 대해 따뜻하게 위로해 주셨다.


이때부터였다. 나는 내 이야기보다는 담임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들을 더 귀담아듣게 되었다. 선생님의 응원과 위로가 상담시간으로 인해 굳어진 내 마음을 스르르 녹여주신 것이다. 말하는 입은 다물고 듣는 귀를 더 쫑긋 열게 되었다. 이후에는 아이의 성격적 특성이나 학교생활에 대한 아이의 소감을 전달해 드렸다. 전화기를 더 붙들고 있고 싶었지만 어느새 2시 10분이 다 되어가는 때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그런데 제가 아이의 학교적응을 위해 집에서 도울 부분이 있을까요?


라고 급히 여쭈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간단 명쾌한 답을 주셨다.


어머니 지금은 00이의 교우관계가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학습에 신경 쓸 때도 아닙니다. 오로지 00이가 건강하게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아프지 않도록 저녁시간에는 그리고 주말에는 푹 쉬게 해 주세요. 3월 말, 4월 초가 되면 아이들 다 한 번씩은 꼭 아프더라고요. 제가 밤에 일찍 자야 하고 푹 자라고 했다는 말씀도 전해주시면서 아이가 다음 날 건강하게 학교에 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선생님은 간단하게 그리고 핵심을 짚으며 정확하게 말씀하셨다. 지금은 친구나 공부에 관심을 가질 시기가 아니라고.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건강과 학교적응'이라는 점을 힘주어 말씀해 주셨다. 맞다. 그러고 보니 아이는 학교생활을 시작한 지 만 3주도 채 안되었다. 그저 눈물 없이 학교에 등교하는 것만으로도 대견하고 학교가 재밌다고 말하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때인데 이 초보 학부모가 또 과욕을 부렸다.


전화상담 이후 담임선생님을 더 신뢰하게 되었다. 나보다 더 뛰어난 교육경력을 가진 선생님을 어찌 내가 뛰어넘을 수 있겠는가? 어찌 보면 나의 상담은 시간적으로는 짧았다고 할 수 있지만 내용은 그 누구보다 신입생의 학부모인 내게 필요한 내용들이었다. 이 상담 덕에 선생님께서 내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시는 건 2학기의 상담쯤엔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기다리는 여유가 생겼다.


속단하지 말자. 그리고 앞서나가지 말자.

초보학부모인 나는 12분간의 전화상담을 통해 또 하나 배웠다.






사진 © priscilladupreez,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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