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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흥라떼 Apr 27. 2023

등원을 거부하는 셋째에게 진짜 필요했던 건

일하느라 바빴던 엄마와의 시간

첫째와 둘째는 28개월, 한국 나이로 4살 때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둥이는 누나들에 비하면 조금 이른 시기인 2살, 개월 수로는 18개월에 어린이집에 입소를 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첫 어린이집에서 의외로 적응을 잘했다. 하지만 6개월간 잘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급히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옮겼다. 그게 지난 3월이다.


다행스럽게도 이전 어린이집 담임선생님도 근무지를 같이 옮겨 막둥이의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은 그대로였다. 적응에는 크게 문제가 없으리라 여겼다. 어린이집에서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여러 가지겠지만 그중 아이를 직접적으로 케어해 주시는 선생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과 확신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는 첫 주가 지나고서부터 등원 거부를 격렬하게 했다. 아침에 일어나 첫 기저귀를 가는 것도, 양말을 신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양치질을 하는 것도 모두 싫다고 했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밥을 먹는 건 순순히 잘 응해줬지만.


엄마인 내가 가장 혼란스러웠다. 작년에는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의 첫 어린이집 적응을 함께 했다. 생각보다 아주 수월하게 적응을 해나가고 누나들에 비해 어린 월령임에도 불구하고 별 거부 없이 하루하루 적응 시간을 늘려가는 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어린이집에서의 거부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한 달 반이 지나도록 계속해서 이어졌다. 전날부터 “어린이집 안 갈 거야! 어린이집 안 갈래!"는 기본이고 “어린이집 싫어! 무서워~”까지.


예상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였지만 그보다 대책을 찾는 게 더 중요했다. 당장 아이가 어린이집을 즐겁게 갈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아침에 친구랑 나눠먹을 비타민을 주머니에 쏙 넣어줘보기도 하고 등원길에 먹을 간식을 손에 꼬옥 쥐여주기도 했다. 어린이집 앞 놀이터에서 좋아하는 놀이 기구를 태워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을 바꿔보자. 등원 때가 아닌 하원 길에 당근을 줘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중에 엄마가 데리러 갈 때 무슨 간식 가져갈까?”라고 물어보니 아이는 한 날은 “요구르트”, 한 날은 "소시지 사주세요.”, 한날은 “포도!” 묵돌이 아들이라 그런지 자기가 좋아하는 간식은 종류를 바꿔가며 아주 야무지고 다양하게 말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00아~ 엄마가 나중에 00이 좋아하는 소시지 꼭 사서 올게! 나중에 세시 반에 올 테니까 그때 웃으면서 만나”라고 말을 하며 꼭 안아주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며칠간 이렇게 등원을 시켜보고 나니 어쩌면 아이는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것 자체가 두렵고 또 언제 올지 모르는 엄마를 막연하게 기다리는 그 시간이 지루하고 힘들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그래서 무엇보다 ‘언젠가는 엄마가 나를 꼭 데리러 올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 가장 필요했던 건 아닐까 싶다.


담임선생님 말씀으론 작년에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아빠나 엄마를 찾은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활동하다가도 두세 번씩 엄마가 보고 싶다고 종종 말했다. 작년에는 직장을 다니는 엄마였지만 올해는 집에서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엄마이다 보니 아이는 부재했던 엄마와의 시간을 이제 와서라도 다 끌어다 채우려는 듯 나를 애타게 찾는다.


남편의 육아휴직이 여러모로 잘한 결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조금은 혼란스럽다. 결국에는 아이에겐 (아빠가 아니라) 엄마인 걸까? 엄마의 사랑이 절대적으로 더 필요한 건가? 싶은 의문이 드는 요즈음이다.


오늘도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들고 약속한 세시 반에 어린이집을 가기로 했다. 일 년간 미처 다 부어주지 못했던 사랑과 관심을 이제라도 잘 채워주고 안아주기와 뽀뽀를 마구마구 해줄 거다.


아이 등원거부 극복을 위해 아침에 이것까지 해봤다. :) 소방차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소방서 들렸다 등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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