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길 원하는 걸까?
어제 친한 친구와 자녀교육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나는 첫째가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라서 사실 아이 교육에 대해 조바심이 난다거나 학습 정보를 알아본다거나 하진 않는다. 아니 오히려 주변의 정보를 듣지 않으려고 귀를 닫는 스타일이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부부만의 방향을 나름대로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결혼 전부터 남편(당시 남자친구)과 나는 자녀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많이 나누었다. 농어촌 학교에서 발령 동기로 만나 연애를 했고 동일한 직업을 갖고 있기에 서로 교육에 대한 입장의 결을 맞춰가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우습지만 한 날은 데이트를 하다가 아이를 낳으면 각자 어떤 과목을 가르칠지 고민하며 역할분담을 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 서로 잘 가르칠 수 있는 과목, 공부를 잘했던 과목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학창 시절에 겪었던 공부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요즘은 시간이 날 때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아이가 드디어(?) 학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각자 중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지켜본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상대방에게 이야기해 준다. 또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우리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친구는 아이 공부와 관련한 결정이 참 어렵다고 했다.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지만 사람마다 하는 말이 다르고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다르다 보니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자녀교육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는 갑자기 내게 질문을 했다.
너(어흥라떼)는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어?
나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스스로에게도 아주 많이 떠올린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대답은 바로
배움을 즐거워하는 아이
였다. 쓰고 보니 '너무 이상적인가?' 싶기도 하지만 내 솔직한 마음을 그대로 말했을 뿐이다. 학교에는 배움이 '싫은' 아이들이 많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진 모습이 익숙하다. 많은 선행학습과 학교+학원 생활로 인해 아이들은 지쳐있다.
근무를 하면서 내가 가장 안타까웠던 건 한창 자라날 시기의 중학생들이 저녁밥을 8시, 8시 30분에 먹는다는 사실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나서도 워낙 타이트한 일상을 살다 보니 저녁밥을 제때 먹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아이들의 눈빛을 보며 남몰래 눈물을 훔쳤던 적도 있다. 일상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아이들이 대견했다. 하지만 자신의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 돌아볼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를 묵묵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안타깝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모든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함부로 그 아이에게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그저 잔잔한 응원의 멘트만 건넸을 뿐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닥칠 여러 어려움을 예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예상되는 고통과 시련을 줄여주기 위해 모든 것에 대한 예방주사를 모든 때에 다 맞춰줄 수는 없다.
새로운 과목과 어려운 내용을 배우는 게 걱정되어 선행학습을 시켜야 하나 고민하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의 장점과 단점은 분명히 알고 시작해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자신이 어느 부분에서 실력이 부족한지, 어떤 점을 더 노력해야 할지 깨달을 기회가 있어야 한다. 학습 방법의 문제인지 아니면 이해도의 문제인지 아니면 시간관리의 문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체력과 집중력의 문제인지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스스로 업그레이드해 갈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현실은 좀 다르다. 어쩌면 내가 너무 이상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 아이가 새로운 내용을 받아들일 때는 어려움을 겪겠지만 그걸 옆에서 응원하고 지지하며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면 조력해 줄 마음이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싶다. 그걸 요즘 육아서에서는 '공부 정서'라고 하더라.
공부 정서, 자존감, 메타인지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결로 이어져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직은 지식이 일천하여 깊은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우리 아이들은 배움에 흥미를 가지고 즐거움을 누리는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래서 학습 관련 학원은 아이가 지속적으로 가고 싶다는 의견을 어필할 때까지는 보내지 않기로 했다. 우리의 생각을 앞세워 먼저 가자고 손을 내밀진 않을 것이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껴 지속적으로 학원공부로 보충하고 싶다고 말하면 그때 ok 할 생각이다.
오히려 집에서 최소한의 시간 동안 정해진 학습 분량을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외의 시간에는 책을 읽고 놀이터에서 놀고 친구와 함께 역할놀이를 하고 가족이 함께 도서관을 다녀오는 삶을 살려고 한다.
남편과 나의 생각이,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바람이 현실이 되면 좋겠다. 방향은 정했다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어떻게 아이를 양육하는 게 맞을지 내 생각을 더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책과 강의 그리고 교육의 현장인 학교의 모습을 바라보며 여전히 고민 중이다.
공부로 인해 불행하다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면, 학교에서 지쳐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한 명이라도 줄어든다면 진심으로 좋겠다.
사진 © vika_strawberrika,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