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했다. 책상 위에 어제 보다 만 서류들이 쌓여있다. 하나둘 다시 들쳐서 본다.
업무가능시간이 되었다. 그 시간이전에는 컴퓨터에 로그인을 할 수 없다. 컴퓨터를 켜고 어제 쓰다 만 보고서를 작성한다.
띵똥. 새로운 메일이 왔음을 알리는 소리가 난다. 메일을 열어본다. 오늘까지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가 있다고 기획부서에서 보낸 메일이다.
부장님이 부르신다. 갑장스럽게 해야 할 무언가가 생긴다.
따르릉 전화가 온다. 다른 부서에서 협의할 사안이 있다고 방문해도 되냐고 묻는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 걸까?
급하다고 소리치는 녀석일까? 아니면 후다닥 해치울 수 있는 일일까? 아니면 조용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중요한 프로젝트일까?
축구에서는 멀티플레이어가 각광을 받는다. 본인의 포지션이 있기는 하지만 때론 어느 곳에서도 다른 포지션을 해내는 선수가 훌륭한 선수이다. 업무에서는 멀티플레이어가 답일까?
이런 일을 한두 해 겪는 건 아니다. 입행하는 순간부터 겪어온 상황들이다.
은행 영업점 창구에 앉아 있던 순간이었다. 객장에서 내점 하신 고객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 순간 전화기는 왜 그렇게 울어대던지. 전화기 너머로 업체 직원이 팩스를 넣었으니 업무처리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내점 고객의 업무를 처리하고 나서 해주겠다고 하고 책상 앞 메모지에 내용을 적는다. 객장 앞에는 내 앞의 고객님의 업무가 끝나기를 심각하게 쳐다보시는 다른 업체 직원이 앉아 있었다. 다시 전화가 울린다.
수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난 또다시 이렇게 서로 자기가 먼저 해달라고 외치는 업무들 사이에서 고민한다.
책상 앞 수첩에 오늘 해야 할 우선순위를 적고 업무를 시작한다. 그래도 갑자기 끼어든 업무에 방해를 받기도 한다. 멀티플레이어가 되고 싶지만 결국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이다. 일단 이 한 가지를 완료해 놓는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이 아우성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두 가지 정도이다.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본다. 머릿속의 아우성들을 버킷리스트에 담아본다. 해야 할 일도 따로 적고 하나둘씩 해결해 간다.
어떤 것을 할 때 집중해서 최대한 빨리 해결한다. 그래야 다음 일을 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최대한의 행복감은 느껴본다. 그래야 다음 순간 다른 행복감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마무리를 한다.
수고했어~ 오늘도.
내일이 힘들지라도 오늘처럼 무사히 모든 일을 잘하고 행복한 순간순간도 느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