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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따릉이는 어디를 향하고 있나.

내가 바라보는 방향 그리고 새로운 시작

by 티키타카존

어느 날과 다르지 않은 점심시간에 나의 눈에 사로잡힌 한 장면이 있었다. 여의도 IFC 옆 버스정류장에 세워놓은 그날따라 유난히 많은 따릉이였다. 아침시간 지하철역 등지에서 자전거를 타고 사무실 근처까지 출근 후 세워놓은 자전거다. 보행로를 반 이상 차지하고 있는 `따릉이 군락지`에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출근하고자 하는 직장인들의 치열함이 느껴졌다. 오늘 아침 이 많은 사람들은 하루의 시작을 위하여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 이곳까지 달려왔을 것이다.


출근시간 지하철역엔 따릉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아침에 지하철역엔 따릉이가 없다. 퇴근시간은 반대이다. 사무실 인근에서 따릉이를 볼 수 없다. 미리 따릉이를 확보하는 친구도 있다고 한다.


출퇴근 시간의 따릉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 가고자 하는 방향은 비슷하다. 이런 것들은 점점 비싸지고, 구하려고 하면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의 아파트 특히 강남의 아파트가 비싼 것처럼 말이다. 또 가고자 하는 방향도 출근시간엔 사무실, 퇴근시간엔 지하철역처럼 많은 사람들이 향하는 곳은 같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도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 노력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향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건 다수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하면서 리스크를 줄이려는 심리적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문득 우리의 삶도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데로, 그리고 다수가 가는 방향으로 따라 사는 것이 옳은 해법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류가 되려고 노력할 때 난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경제적 가치를 얻으려 발버둥 칠 때 관계의 가치, 내면적 가치 등 무형의 가치를 등한 시 하지는 않았는지? 고민해 본다. 경쟁의 시간이 자녀들의 어린 시절의 웃음과 바꿔진 건 아닐까? 걱정해 본다.




책장 구석에 놓여있던 ‘굿 라이프’를 꺼내 다시 정독해 본다. 예전엔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은 마음에 와닿는 것들이 있다. 삶의 방향성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해서 일까?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같은 일상을 다른 마음으로 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애초부터 서로 다른 일상을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

1.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

2. 되어야 하는 나보다 되고 싶은 나를 본다.

3. 비교하지 않는다.

4.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5. 소유보다 경험을 산다.

6. 돈으로 이야깃거리를 산다.

7. 돈으로 시간을 산다.

8. 걷고 명상하고 여행한다.

9.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한다.

10. 비움으로 채운다.

‘굿 라이프’ [최인철 ]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잘하는 일을 선택하고,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내가 되려 하고, 돈의 힘을 믿으며, 무언가를 소유하려 하고, 시간을 들여서 돈을 벌고, 무언가를 채우려고 하면서 살아왔다.




지금 당장 대다수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를 버릴 순 없다. 그러나, 시대는 변한다. 어쩌면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방향과 반대 방향이 어느 시점엔 더 가치 있는 선택 일수도 있다.

그 따릉이 대여소는 보행에 방해가 되어 폐쇄한다고 한다.


내가 바라보는 방향이 대다수가 나아가는 방향과 반대방향이라고 하면 난 어떻게 할까?

용기를 내야 할 시간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 폐쇄될 자전거 대여소로 나의 따릉이는 계속 달리고 있을 것이다.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이렇게 적혀있다고 한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오역이라고 격분(?) 하시는 분도 있지만 어쨌든 의미가 있는 문구다. 인생을 살면서 주저주저하지 말고 바로 실행하라는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뭔가를 새로 시작 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원하는 것 또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지도 않고 주저주저하는 시간과 시작해서 실패를 맛보는 시간은 비슷하지 않을까? 실패로 인한 매몰비용은 고민거리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지금 주저주저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향과 다른 방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두려워만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내가 달려온 방향과 다르더라도 조그마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 보는 하루이기를 바란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내가 살아온 방향과는 다를지 모르지만, 주저하지 않고 시도하려는 나의 조그만 노력이다.

시작이 중요하다. 새로움을 시작하는 당신과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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