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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Nov 10. 2022

금식이 주는 불안감에서 배운 주도적인 삶

‘참을 수 밖에 없는 상황‘과 ’스스로 참는 것‘의 차이

담낭 내 용종이 10여 년을 가만있더니 이젠 지겨워졌나 보다. 꿈틀거리더니 조금씩 자랐다. 건강검진 때 매년 복부 초음파로 ‘추적 관찰’ 해 왔건만 이젠 그 존재를 확연히 드러내 보인다. 10mm가 넘으면 수술해야 한다는 의사 소견이 담낭을 통째로 잘라야 한다는 이야기로 알아들은 건 얼마 전이었다. 그렇게 난 ‘쓸개 없는 녀석‘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왜 그 많은 장기 중 쓸개가 언급이 되었을까? 어쨌든 쓸개가 없더라도  살 수는 있기에 그런 말이 나온 것이리라 믿고 수술 준비를 하고 있다.


다음 주에 수술 날짜를 잡고 예약된 CT촬영이 잡혀있었다. 수술 이전이어서 그런지 피검사, 심전도, 엑스레이 등 여러 검사를 같이 했다. 조형제를 넣고 CT를 찍는 것이어서 이미 피검사로 왼 팔에 주삿바늘이 한 번 꽂혔지만 오른팔에 한번 더 주사 바늘 자국을 남겼다. 이상하게 생긴 둥그런 기계에 누우니 기분이 묘했다.

이제 수술이 임박한 실감이 난 걸까? 조형제가 몸 안으로 들어갈 때는 뭔가 몸에 불이 붙는 느낌이 싸하게 들었다. 뜨거운 피가 몸안을 휘감는 느낌이랄까. 사전에 간호사가 마치 소변본 듯한 느낌이 난다고 했는데 그런 느낌 하고는 조금 달랐다. 그 간호사분은 조형제를 직접 몸에 넣어보지 않으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CT촬영은 무사히 마셨다. 무슨 프로필 촬영하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여 전부터 달력에 CT촬영이라 적어놓고 무척이나 긴장했었다.


사실 그 긴장의 원인은 다른 곳에도 있었다. CT촬영은 오후에 있었다. 촬영 전 6시간 '금식'이었다. 물도 마시지 말라고 했다. 그 '금식'이라는 단어와 물도 마시지 말라는 이야기에 고민이 시작되었다. 중간에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면 어떡하지? 실수로라도 물을 한 모금 마시면 어떡하지? 점심은 안 먹고 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등등 온갖 생각들이 들었다. 중요한 건 CT촬영인데 그 전 단계가 고민이 되니 우스운 상황이다.


사실 '언제까지 절대 해서는 안돼'라는 것과 '그것은 하면 안 돼. 단, 급한 상황에서는 조금은 허락할게'는 천지차이다. '물도 마셔서는 안 돼'와 '급하면 물 조금은 마실수 있지'는 결과로는 큰 차이가 안 나더라도 심적으로는 상당한 간격이 생기는 것이다.


나름 우습지만 '금식' 계획을 세웠다. CT촬영 시간이 오후 2시 반이니 오전 8시 반부터는 물도 못 마시는 거야. '아침은 평소보다 든든히 먹어야지' 하는 마음에 샐러드와 계란 하나 사과 하나를 다 먹었다. 평소보다 더 먹은 셈이다. 그리고 8시 25분에 물을 큰 컵으로 두 컵 마셨다. 중간에 목마름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는 견디기 시작했다. 아 빼먹은 게 있다. 커피를 못 마시니 재빨리 믹스커피 한잔도 마셨다.


다행히 깜빡하고 물을 먹지도 간식거리를 입에 넣지도 않았다. 점심 이후 조금 배가 고팠지만 잘 견뎠다. 병원에 도착을 빨리 해서 검사를 빨리 시작하면 금식시간이 6시간이 안 되니 도착시간까지 고려했다. 결과는 기우였다. 오히려 너무 시간을 맞추려 하다 보니 CT촬영 전 다른 검사 시간이 길어져 약간 허둥대기도 했다.


무사히 CT촬영을 마쳤다. 조형제가 들어갈 때의 뜨거운 맛도 잘 견뎌냈다. 금식도 잘 견뎌냈다. 예전 기도원에서 했던 3일 금식도 잘 마쳤었는데 한 끼 못 먹은 것치고 너무 유난을 떨어 혼자 부끄러웠다.


나 스스로 무언가를 참는 것과 무언가를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 큰 차이를 만든 것이다. 스스로의 약속과 강제적인 강요의 차이인 것이다.


학창 시절의 공부를 할 때도 ‘동기부여’가 강제적으로 공부를 시키는 것보다 학습에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할 때 성과가 좋다. 그래서 애사심이나 주인정신을 기업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니 주도적으로 나의 삶을 개척하는 것이 또 이끌어 가는 것이 어쩌면 행복한 삶을 가는 길 중 하나이다. 금식 이야기가 여기까지 와 버렸다. 다음 주 수술을 앞두고는 뭔가 더 큰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늘도 아침에 스스로 잘 일어나 나의 하루를 씩씩하게 걸어간다. 나 스스로의 의지로 헤쳐가는 힘찬 하루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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