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상사를 통해 느끼는 리더십
신입행원 시절 은행에 항상 출입하던 동갑내기 중소기업 남직원이 있었다. 어느 날 나에게 했던 상사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은행은 참 좋겠어. 상사와 일하기 싫어도 2~3년 이 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니 조금만 참으면 되잖아. “
회사 부서 내 팀장으로 인하여 힘든 것 같았다. 그 팀장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본인이 그만두지 않는 이상 작은 중소기업에서는 같이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두고 이야기한 것이다.
20여 년을 은행에서 근무하는 동안 영업점 4곳, 본부부서 3곳을 근무했으니 평균 3년 주기로 이동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면서 함께 근무했던 부장, 지점장만 15분은 되는 것 같다. 신입직원 시절 선배들까지 감안하면 함께했던 상사분들은 셀 수도 없을 정도이다.
내가 무던한 성격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다행히 난 스스로 그리 힘들지 않은 상사분들을 만나 나름 인복이 있다고 자처한다. 물론 어려웠던 분들도 있기는 했지만 그분들이 다른 곳으로 가시든지 내가 이동하든지 해서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는 다른 분과 일하게 되었다. 신입행원 시절 그 중소기업 직원의 말이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브런치가 회사 이야기하는 블라인드도 아니고 해서 직장 이야기 특히 함께한 분들의 이야기를 하기가 좀 거북스러운 면도 있고 특히 페이스북 친구로도 아직 신청하지 않은 현재 내가 근무하는 부서 부장님이 내 브런치 구독자 셔서 이런 이야기는 더 부담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혹 내가 언급 한 그분 중 어느 분이 내 글을 보신다 하더라도 내 글은 내가 느끼는 그분들의 하나의 아주 작은 단면이자 극히 나의 주관적인 견해이니 이해를 해 주시리라 믿는다.
몇 해 전 업무나 생활이 항상 FM이시고 다소 과묵하신 선배가 가장 훌륭한 상사는 누구일까?라고 물으시며 휴가 간 상사지..라고 이야기해 주시던 게 생각이 났다.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신 거였지만 나름 생각해 볼 부분이 있었다.
’ 휴가 간 상사‘는 나에게 전혀 간섭을 하지 않는 상사이다. 자리에는 앉아 있으나 있는 듯 없는 듯하신 분이시다. 좋은 말로는 ’ 나에게 전적으로 업무를 위임해 주시는 분‘일 수도 있고 나쁘게 보면 ’ 일하지 않으시는 분‘일수도 있다.
은행 입행 후 6년 차 정도였을 때였다. 난 강남 인근 영업점으로 발령을 받았다. 다들 서울 중심가 큰 영업점으로 발령이 났다고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너무 바쁜 영업점이어서 당시 신혼초였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오면 12시였다. 주말에도 대출 서류 정리 등 전산이 필요하지 않은 뒷정리를 하기 위해 종종 출근할 때가 있었다. 휴가 간 상사 이야기를 하면서 왜 그때가 생각이 난 걸까? 당시 함께한 지점장님은 사실 지금 나의 기억에 전혀 남지 않으셨던 분이다. 거의 1년여 동안 나에겐 휴가 간 상사 분이셨다. 나에게 큰 무언가를 요구하시지도 또는 격려차 식사를 함께 하거나 한 기억도 많지 않다.
그런데 의외로 그분을 좋게 기억하는 다른 직원이 몇몇 있었다. 그리고, 당시 고참이셨던 지점장님은 다른 큰 영업점 지점장으로 몇 년 더 근무하시다가 거의 정년을 채우시고 퇴직하셨다. 은행에서도 나름 인정해 주신 분이시라는 반증이었다.
내가 당시 다른 업무에 바빠서 지점장님과의 소통에 소홀했을 수도 있을 것이고, 내 직급이 지점장님과 직접 소통하기보다는 내 윗 중간 책임자를 통해서 소통해서야 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 지점장님이 아랫 직원에게 위임을 많이 해 주신 분이실 수도 있다.
내가 상사를 평가하는 건 주관적인 부분이 많이 개입되어서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기도 하다. 나와 성향이 맞는 분이시면 좋게 느끼는 리더십이 될 수도 있고 반대 성향이면 힘들게 느낄 수도 있다.
만약 나에 대한 평가를 후배 직원이 한다면 어떨까? 난 그 후배 직원에 맞춤형 코치를 해야 될까? 때론 이런 맞춤형 리더십도 필요한 것 같다.
사실 나에 대한 회사 내 부정적 평가는 ‘파이팅 부족’이다. 열정을 강조했던 기업문화에 어울리지 않는 직원이기는 했다. 성향이 좀 바뀌기는 했지만 타고난 기질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 난 그냥 친근하게 후배를 대할 뿐이다. 나를 평가하는 직원도 나에 대하여 이런 ‘휴가 간 상사’로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사 분들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기억을 끄집어내며 나의 본래 색깔 위에 부족한 색을 입혀나가야겠다. 윗분들에게 하나둘씩 배워나가며 힘들겠지만 맞춤형 카멜레온 리더십도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