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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Nov 27. 2022

계급장 떼고 맞짱토론 후 밀려오는 무안함

싸움닭 직원이 되느냐 착한 직원으로 남느냐의 고민

 "한국과 우루과이의 조별리그 1차전이 끝나고 손흥민과 우루과이 선수들이 인사하는 모습. 왼쪽은 토트넘에서 함께 뛰고 있는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포옹하는 장면이고, 오른쪽 사진은 디에고 고딘이 손흥민의 눈가를 쓰다듬는 장면이다. " (로이터·EPA 연합뉴스)

 2022년 11월 24일 오후 10시. 우루과이와의 카트르 월드컵 한국의 첫 경기를 숨죽여 지켜보았다. 우루과이와 경기가 열리는 월드컵 경기장은 마치 전쟁을 치르는 듯한 각각 12명 전사들의 진검승부의 장이었다. 때로는 창이 되어 공격하고 때로는 방패가 되어 수비하는 모습을 숨죽여 지켜본 90분이었다. 그리고, 나의 마음속에 남은 장면이 다음 날짜 신문에 보도되었다. "포옹, 엄지 척, 눈가 "쓰담쓰담"까지... 손홍민 찾은 우루과이 선수들"의 제목의 기사였다. 경기장에서는 치열하게 싸웠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서로를 격려해주고 걱정해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업무적으로 가끔 부서들끼리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러나, 조직에서는 직급이 있고 또 그 이전에 비슷한 업무를 하다 보니 친분이 있는 직원이 대부분이어서 어떤 주제로 이야기하더라도 정말 조심스럽게, 또 무례하지 않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협의 차원의 이야기여서 토론을 하기보다는 각 부서의 현업 직원의 이야기를 통해 오류를 찾고 올바른 방향을 찾아 스무스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조금은 격한 회의가 있었다. 이런 격함의 원인은 몇 가지 있었다.


가장 큰 원인은 장소가 떨어져 있어서 우리 부서 직원은 각자 화상으로 참여했고, 다른 서너 개 부서는 회의실에 모여서 진행했다. 그리고,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여기였던 것 같다. 차라리 모두 각자의 PC로 개별적으로 화상회의에 참여했다고 하면 누가 이야기하는 줄 알았을 텐데 일부가 회의실에 모여있고 우리 부서만 각자 화상으로 참여하다 보니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대편이 어느 부서의 누구인지 확인이 잘 안 되었다. 이러다 보니 서로의 과거 친분에서 오는 조심스러움이 배제되어 소위 계급장을 떼고 맞짱토론을 하게 되는 결과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우리 부서는 약간의 방패 역할을 함께 모여있는 몇몇 부서는 창의 역할을 해야 했었다. 이슈를 놓고 우리는 리스크를 없애기 위한 프로세스를 추가하려는 입장이었고, 다른 부서는 영업의 효율성을 위하여 프로세스를 추가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서로 간의 열띤 토론이 시작되었다. 영업을 강조하는 창 부서에서 어느 누가 창을 던지기 시작해다. 그리고, 옆에 있던 다른 이는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우리는 열심히 그 창과 화살을 방패로 막았다. 그리고, 우리 부서의 논리를 펼칠 이야기로 맞받아 쳤다. 그러다가, 리스크 파트의 어느 여직원이 다른 부서를 약간 거드는 추가적인 이야기를 했다. 나는 거기서 약간 발끈했다. 피아 식별을 못하는 것 같아서 그 직원이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하며 내 과거 경험 등을 토대로 이야기했다. 그렇게 맞짱토론이 오고 갔고 겨우 그 회의를 주최한 부서에서 나름 정리해서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하면서 맞짱토론은 마무리되었다.


토론 후 한통의 전화가 왔다. 

"형님, 버릇없이 굴어서 죄송합니다"로 시작된 사과의 메시지였다.

"각자 부서의 역할이 있고 그걸 대변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괜찮아! 밥이나 한번 먹자" 하고 난 그 후배와 마무리를 했다.


그러고 나서, 내가 발끈해서 이야기했던 리스크 파트의 여직원이 생각이 났다. 난 회의가 끝난 후에야 알았다. 그 직원이 내가 예전에 근무도 잠깐 같이 했었던 안면이 있는 직원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 직원은 내가 아는 것 이상으로 프로세스를 잘 알고 있는 직원이었던 것이다.  나도 전화를 했다.

"난 너인 줄 몰랐네. 내가 말을 좀 심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네"

그 직원은 괜찮다고 하며 안부를 묻고 다음번에 아는 직원들 모임 있을 때 같이 저녁 먹자고 이야기했다.




사실 직장에서의 회의는 한국과 우루과이 전처럼 축구경기장을 뛰는 선수들과는 다르긴 하다. 축구경기장은 명확한 목표가 있다. 승리하는 것. 그러나, 직장에서 부서와의 관계의 목표는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직장에서도 때론 서로 '계급장 떼고 맞짱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을 근거를 가지고 죽어라 주장하고 상대방은 본인의 생각을 또 그렇게 어떤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다 보면 때론 근거에 오류를 발견할 수도 있고 상대편의 근거 중에 좋은 점을 발견할 수 있고 거기서 최상이 결과를 도출해 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축구 경기 후 서로를 위로해줬던 선수들처럼 열띤 토론 후 맥주 한잔 마시며 우리도 서로를 격려해 주는 직장 토론문화가 있었으면 한다. 

우리는 너무 착하게만 이야기하는 하는 경향이 있다. 때론 직책에 밀려서 본인의 주장을 굽히고, 때론 너무 착해서 본인의 주장을 확실히 이야기하지 못하고 그렇게 나의 주장은 묻혀버릴 때가 있다. 그때 나의 주장을 관철시켰다면 훗날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텐데, 또는 나쁜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는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난 오늘도 너무 착한 선배이자 너무 순한 후배로 살아간다. 

"부장님, 그렇다고 어느 날 갑자가 돌변하지는 않겠습니다. 후배, 선배의 말에 잘 귀를 기울이고 또 저의 주장도 잘 이야기하는 직원으로 남겠습니다. 갑자기 싸움닭이 되어 버린다면 큰 일 이니까요?"라고 혹 이 글을 읽으실 수도 있는 부장님을 위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때론 싸움닭 직원도 필요하다는 주장은 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장 좋은 상사는? 휴가 간 상사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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