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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Nov 23. 2022

인생은 살아지는 것

인생은 살아내는 것이라는 생각의 변화

평상시 빠른 걸음으로 산책하던 길을 느릿느릿 걷는다. 여느 때의 산책은 몸을 씀으로 인해 머릿속을 비워야 하는 작업이었다. 빨리 해치워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이었다. 몸의 건강을 위해서는 천천히 보다 어느 정도의 속보로 걸어야 운동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인생도 이런 생각이 강했었다. 내가 살아내야 하는 인생이다. 힘든 일은 헤쳐나가야 한다. 지금 이를 악물고 걸어야 나중에 쉴 수 있다. 지금 힘들더라도 잘 견뎌내야 미래가 편안하다. 현재보다 다가올 미래의 준비가 중요한 인생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인생은 살아내는 것이라기보다 살아지는 것이라는 마음이 점점 강해진다. ‘생각’이 든다는 표현보다 ‘마음’이 더 쏠린다고 하고 싶어 진다. 머릿속의 생각보다는 가슴속의 마음이 이야기하는 듯하다.


물론 아직도 살아내야 하는 게 더 많을 때이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해내야 할 일들이 있고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들도 있다. 아직은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가 있다. 그러나, 점점 마음의 방향은 인생은 ‘살아지는 것’으로 가고 있다. 살아내려 애를 쓰는 것에 부담스러운 건 아니지만 세월의 흐름을 헤쳐나가려고 애쓰기보다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싶어 졌다고나 할까?


천천히 공원 주변을 산책을 한다. 그때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진다. 비 예보가 있어서 가져온 우산을 펼쳐본다. 빗방울이 우산 위에 떨어지며 ‘투둑 두둑’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주위의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고 빗방울 소리만 들리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 우산 위로 떨어지는 그 빗방울은 나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는 임무를 완수하며 대지를 적신다.


어떤 빗방울은 어느 집 정원의 뜰안에 떨어져 잔디를 적신다. 또 다른 빗방울은 큰 사막에 떨어져 지나가는 낙타의 목마른 목을 축이는 오아시스의 물이 된다. 어느 빗방울은 거대한 바다에 떨어져 그 대양의 일원이 된다. 그 빗방울은 떨어지면서 그 역할을 하고 싶었을까? 어쩌면 인생은 이런 빗방울 같은 면이 있는 것 같다. 때론 내가 살아내려고 발버둥 쳐도 그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빗방울은 어떤 역할을 했던 결국은 지구의 거대한 목마름을 해결하고 나중엔 다시 하늘로 올라가 빗방울이 될 준비를 한다. 우리네 인생이 살아내려 발버둥 쳐도 때론 자연스럽게 이렇게 살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살아내야 하는 인생도 중요하다. 그리나, 그 달려야 하는 인생의 무게가 무겁다면 이젠 살아지는 인생도 느껴보자. 빗방울이 자연스럽게 대지를 적시고 큰 바다의 물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날 소나기 내린 후 바라보던 무지개가 생각이 난다. 소나기가 내린 후 그 비에 난 흠뻑 젖었지만 하늘은 언제 비가 내렸냐고 하는 듯 무지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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