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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계 이야기 TikTalk Jan 19. 2020

자동차 타이어로 만든 시계?

시계, 슈퍼카를 만나다

 

  남성 패션 잡지는 보통 시계로 시작해 자동차로 끝이 난다. 반대로 자동차로 운을 떼 시계로 마무리를 짓기도 한다. 표지나 커버스토리는 대부분 패션(의류) 이야기지만 나머지 수많은 페이지는 변수가 없는 한 ‘자동차’와 ‘시계’로 채워진다. 둘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시계와 자동차 두 슈퍼스타가 힘을 합치면 어떤 모습일까. 서로 자기가 더 잘났다고 나대지만 않는다면 만남만으로 이미 절반은 성공이다.


● 슈퍼카와 만난 시계

로저드뷔 신제품 행사장에 나타난 람보르기니 차량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의 한 대형 복합쇼핑몰 지하주차장에 서너 대의 람보르기니 차량이 굉음을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수억 원대 슈퍼카의 연이은 등장에 신차 출시 행사를 떠올릴 법했지만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시계 브랜드 로저드뷔의 신제품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S’였다. 람보르기니 인기 모델 이름을 그대로 딴 신제품은 그 모습도 슈퍼카와 닮아 있었다. 엔진 후드가 드러나는 람보르기니의 엔진룸 모습이 디자인에 반영됐고 특수 카본 소재를 적용한 베젤은 자동차 타이어의 생김새와 흡사했다. 시계에 자동차를 덧칠한 듯한 모습의 이 시계는 출시 직후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로저드뷔는 아벤타도르S에 이어 ‘엑스칼리버 우라칸’, ‘엑스칼리버 원오프’ 등 람보르기니와 협업한 제품들을 연달아 출시했다.


람보르기니, 피렐리(오른쪽)와 협업해 만든 로저드뷔 제품


  글로벌 타이어 제조사 피렐리와 로저드뷔의 만남도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피렐리 컬렉션은 시계보다 스트랩이 더 화제가 됐다. 이 제품의 스트랩은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에서 우승한 차량의 타이어 조각으로 만들어졌다. 폐타이어로 만든 시계라며 깎아내릴 사람들도 있겠지만 희소성과 차별화 측면에선 그 어떤 시계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남성들이 가장 큰 공을 들이는 소비의 두 축인 자동차와 시계의 만남은 제법 괜찮은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 로저드뷔와 람보르기니가 손을 잡은 이후 두 브랜드의 매출은 상승 폭을 그렸다. 서울 강남 람보르기니 매장에 가면 로저드뷔와 협업한 제품 홍보 영상을 볼 수 있다. 반대로 로저드뷔 매장에는 람보르기니의 슈퍼카 모형이나 사진이 담긴 잡지가 비치돼 있다. 역동적인 이미지의 두 브랜드가 고객을 공유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 셈이다. 연이은 흥행에 로저드뷔는 최근 람보르기니와 장기 협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자동차와 하이엔드워치의 만남은 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루이비통과 슈프림, 오프화이트와 나이키 같이 패션업계에선 브랜드 간 컬래버레이션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지만 서로 다른 영역에 있는 브랜드의 만남은 시계업계가 선도하고 있다.


브라이틀링 벤틀리 에디션


  ‘벤틀리’의 날개 로고를 보면 이제는 자연스레 ‘브라이틀링’이 떠오른다. 두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은 로저드뷔보다 훨씬 앞선 2003년 시작됐다. 지금은 새로운 스타일의 B 로고를 쓰고 있지만 이전 내비타이머 제품의 날개 로고는 벤틀리의 브랜드 로고와 거의 비슷하다. ‘브라이틀링 포 벤틀리(BREITLING for BENTLEY)’ 컬렉션으로 시작된 협업은 최근 출시한 프리미에르 라인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일부 벤틀리 차량에는 브라이틀링의 시계가 내장돼 있다. 브라이틀링은 영국 오토바이 회사인 ‘노턴(Norton)’과도 손을 잡았다. 노턴 로고가 케이스백(시계 뒷면)에 새겨진 ‘프리미에르 노턴 에디션’은 노턴 마니아들을 설레게 했고 그들의 지갑은 열릴 수밖에 없었다.


바젤월드 위블로 부스에 전시된 페라리

  

  거칠고 개성 있는 이미지의 두 브랜드 ‘위블로’와 ‘페라리’의 컬래버레이션도 빼놓을 수 없다. ‘빅뱅 페라리 킹골드’ 등 2011년부터 시작된 둘의 인연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시계 보석 박람회인 ‘2019 바젤월드’의 위블로 부스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이한 건 다름 아닌 페라리의 슈퍼카였다. 이제는 시계 박람회 현장에서 슈퍼카를 구경하는 것이 또 다른 재미가 됐다.

 ‘포르셰디자인’ 같이 아예 시계 사업에 뛰어든 자동차 브랜드도 있다. 제품 디자인이나 컬러에 포르셰 모델의 특징을 반영한 제품으로 주 고객은 포르셰 차주들이다.


구찌와 피아트(왼쪽), 톰브라운과 인피니티의 컬래버레이션


● 생뚱맞은 만남이 선사한 파격과 신선

  물론 슈퍼스타들의 협업이 모두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한때 블랑팡도 람보르기니와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내놓고 오랜 기간 모터스포츠를 후원했지만 효과는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일부 스포티한 디자인의 다이버워치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클래식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블랑팡과 람보르기니의 정체성이 섞이는 데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대부분 같은 영역에서 브랜드를 섞는 패션업계에 비해 전혀 다른 두 카테고리의 만남은 소비자들에게 조금 더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일 수 있다. 톰브라운이 자동차 브랜드 인피니티와 손을 잡고, 구찌와 피아트의 협업 역시 비슷하다. 좋은 재료의 조합이 항상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진 않지만 적어도 시장과 소비자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영역을 뛰어넘는 브랜드 간 컬래버레이션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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