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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 Jun 15. 2022

나는 이혼녀, 너는 ADHD 14

ADHD 아이의 스웨덴 도움 선생님

나에게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내가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보고 걸을 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게 하는 그들. 

나도 누군가 길을 헤매일 때, 그들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는 바람이고 싶다.




그 당시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나에게, 친구는 이렇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 아이를 믿어야 해. 나의 아이를  지지하고 믿어봐. 맹목적인 믿음이 가끔은 필요해'


' 맹목적인 믿음이 앞을 멀게 만들기도 하잖아? 그게 잘못될 수 있잖아. '


' 가끔은 그래도 돼. '


' 그럴까?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 '


' 아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믿어본 적 있어? '


'..... 아니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아. '


' 누군가 폭력에 노출되었거나, 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이를 한번 믿어봐 '


아이의 이야기를 내 선입견과 내 결론을 집어넣고 다시 들어보기로 했다.

아이는 도움 선생님이 이제는 없었으면 했다. 

자기도 할 수 있고, 자기가 혼자 해 보길 원했다.

물론 아이는 도움 선생님이 하라는 것이 힘들고, 하기 싫으니 투정을 부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난 그 투정을 받아주는 자식에 눈이 먼 엄마일 수 있다. 

그러나 난 아이가 밝았으면 했다. 

학교 가기 싫다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은 아닌 것 같았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과 상처로 기억되었던 일 들, 

아이가 도움 선생님의 도움이 과도한 간섭으로 느껴졌던 것들을 정리를 해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이게 맞을까 하는 의구심은 여전히 있었다.

나는 어쩌면 자식 문제에 이성을 잃어버린 사람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엄마가 처음이며, 내 삶도 어렵사리 간신히 끌어 가는 사람일 뿐이다.

다시 한번 친구의 말을 맘에 새기려고 노력했다.

 

드디어 학교에 긴 메일을 보내며, 처음으로 내가 먼저 학교에 미팅을 요청했다.

교장선생님, 도움 선생님, 학교 상담사, 교육 지원 담당자와 함께한 미팅에서

감정적인 나의 마음을 힘껏 누르면서,

아이가 도움 선생님과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아이가 힘들어한다고 이야기했다. 

도움 선생님은 너무도 당황해하며, 

아이가 여전히 학교 생활을 잘하지 못하고 있으며, 반드시 도움이 필요하다 했다.

그동안 있었던 아이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본인도 힘들다고 했다.


나는 거듭 학교의 많은 지원에 감사하고, 도움 선생님의 열정은 감사하나 

아이가 학교에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고 있고, 아이가 혼자 해 보길 원하니 변화를 가지질 원한다고 했다. 


쉽지 않은 미팅이었다.

분위기, 선생님들의 반응, 이후 2번의 미팅이 더 진행되었다. 

첫 미팅 이후 도움 선생님은 미팅에 참석하지 않았고, 나는 왠지 모를 미안함을 느꼈다.

미팅을 계속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한국에서부터 아니 나의 유년 시절부터도 한 번도 학교에 반해 본 적이 없었다. 

나의 학창 시절이 또 그런 시절이기도 했다. 학생의 복종과 학내 처벌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

내가 한 번도 해 보지 않는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낯설고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언가 나의 근본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방황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여기 학교 선생님들이 아이에게 했던 말과 행동은 당연히 아이를 발전하게 하길 위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아이가 ADHD 이기에 일반적인 방법으로 교육하는 것처럼 쉽지 않아

그들도 미숙하게 행동하진 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바라고 생각하던 교육 목표에서 조금 어긋났던 적은 없었을까? 

학교란 무엇일까?  

ADHD 성향을 자제시키기 위해 효과가 있다는 약물 치료를 했어야 하는 건가?

아이는 문제가 있는 것인가? 

내가 잘못했나? 

ADHD는 병인가? 병은 고쳐야 하나?


질문과 생각은 반복되며,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의미 없는 자책감에 빠져들기도 하고, 

'아 나도 모르겠다'라는 맘이 들기도 했다.


스웨덴은 모든 것들이 참 느리게 흘러간다. 

이 상황에서 매일매일 도움 선생님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아이에게 미안함도 느끼고 대단하기도 했다. 

나라면 불편한 상황이었을 텐데 아이는 큰 불만 없이 학교를 오갔다. 

느릿느릿 시간은 흘러 학기가 끝나가고 있었다. 

방학을 앞둔 마지막 주에 학교에서 호출이 왔다.

학교 지원 담당자분은 별 다른 이야기는 없이 다음 학기부터는 도움 선생님의 지원을 멈추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학기의 아이의 학습 지원 계획을 다시 작성해서 주겠다고 했다.


시원하면서도 불안하기도 했다. 나의 마음은 여전히 갈팡질팡거렸다.

 

 

                                                                                                                             - by E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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