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알려주는 쓸모 있을 잡지식
며칠 전에 아는 분이 시부상을 당했다. 조문을 가지 못하고 조의금만 보냈다. 나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분이, 변호사를 만나야 한다고 하셨다. 돌아가신 아버님 명의의 집을, 줄곧 함께 사시던 어머님이 상속하는데 취득세가 나오는 게 말이 되냐고 변호사와 상의를 해야겠다는 얘기였다. 내가 알기론 재산의 취득 사유가 상속이건 증여이건 매매이건 모두 취득세가 발생한다고 말은 했으나, 내가 뭐라고... 아마 변호사 만나셨겠지.
“게다가, 아버님 사망신고 후에 상속신고할 것이 뭔지 알아보려고 하루 종일 은행, 등기소, 연금공단 찾아다녔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사망 신고하고 그게 시스템에 연계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면서요? 그걸 나중에 알았어요. 너무 지치고 화가 나더라고요.”
“어? 그걸 왜 힘들게 직접 다니셨어요? 사망 신고하면서 안심상속 신청하면 그냥 2주 내로 결과 보내주는데.”
눈이 똥그래지신다. 사망신고를 할 때 종이 한 장을 간단하게 써내면 보험 예금 증권 등 전 금융사와 세무서, 시군구청, 연금 등의 관공서에 사망자의 재산(자산과 부채) 현황을 알려 주는 서비스가 있다. 우편과 문자로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원래 이름은 '사망자 재산조회 통합처리 서비스'이지만, 너무 길고 정부에서도 '안심상속' 서비스라고 부르니 그렇게 기억하면 된다. 자동차와 부동산은 신청 즉시 확인된다.
“그런데 왜 그 동사무소에서 아무 말도 안 했을까요? 전 몰랐어요!”
공무원의 역할은 두 가지다. 반드시 해야 할 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공무원에게 책임이 있다. 그러나 후자는... 그 공무원 개인의 재량이다. 사망신고 접수 시 가족관계 변경을 접수하고, 주민등록을 말소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서비스'를 알려주고 접수받는 것은 재량이다. 만약 그걸 안내받지 못했다고 해서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단지 운이 나빴을 뿐.
그래서 더욱 개인이 알고 있어야 한다. 안 그래도 장례 치르느라 몸도 마음도 힘든데... 더 고생하지 않기 위해서. 사실 담당업무를 해본 사람이 아니면 공무원조차 이런 서비스를 모른다. 위에 언급한 지인도 공무원이었다.
안심상속 외에도 지자체 별로 화장 장려금 신청, 기초생활수급자 장례비 지원 등이 이런 서비스에 해당한다. 그중 안심상속은 공무원이 안내를 하면 열에 아홉은 당연히 신청한다. 신청해야 한다. 망자가 미처 가족에게 알려주지 않은, 혹은 본인조차 잊어버린 재산이나 부채가 있을 수 있다. 누가 자신의 죽음을 그토록 면밀하게 준비하겠는가.
상속재산을 몰랐다가 나중에 알면 발생하는 일들
1. 범칙금 등
상속은 망자의 생물학적 죽음과 동시에 자동으로 이뤄진다. 유족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런데 그 상속에 대한 신고는 기간이 정해진 의무사항이라서 신고기간이 지난 후에 새로운 재산이 발견되면 신고기간이 지난 데 대해 큰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 법원에 '한정승인'을 신청한 상속인의 경우도 본인들이 알고 있는 모든 상속재산 목록을 적어내야 하는데, 거기서 누락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법은, '몰라서'가 통하지 않는다.
2. 복잡한 상속처리(상속인 전원의 합의를 증명할 증빙서류)
망자 명의로 재산이나 부채가 있음을 나중에 알게 될 경우 상속 처리 자체도 복잡해진다.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상속인 전원이 합의를 해야 하는데, 자동차등록 업무를 하면서 보니 네 명 중에 한 명은 연락이 잘 안 되는 가족이 있고, 열에 한둘은 연락을 끊고 사는 견원지간 가족이 있다. 장례식에야 잠시 얼굴이라도 비추겠지만, 몇 년 후에 상속 문제로 연락할 일이 생기면 그건 참 곤란하기 짝이 없을 일이다.
3. 생각지 못한 부채의 처리
뒤늦게 알게 된 그 재산에 저당이나 압류가 잡혀있다면 상속인은 그 부채도 해결해야 한다. 빈번하게 보던 일이다. "아버지 명의로 이 차가 있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과태료랑 저당이 400만 원이 나왔다. 이걸 상속받으면 나보고 갚으라는 거냐. 차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정말 환장할 일 아닌가. 무엇보다도 망자에게 속았다는 배신감이, 남아있는 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걸림돌이 된다.
그런 경우 대개 "나 상속 안 받겠다"라고 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다. 상속은 허락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상속은 이뤄졌으니 남은 것은 신고 등의 행정처리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이 사망했을 때, 슬퍼하고 손님을 맞는 일 이외의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몹시 죄악시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등의 말을 듣게 된다. (엄청 많이 들었던 말이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장례서비스다. 장례절차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과 결정을 전담해준다. 유족들은 울면서 그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고, 가끔 "이 납골함은 백만 원이고, 이것과 이것은... 뭘로 하시겠어요?"만 결정해주면 된다.
그러나 정작 궁금하고, 반드시 궁금해해야 하는 것은 '남은 자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들이 뭔가'라는 질문이 아닐까? 복잡다단한 사후정리 절차들은 사람을 쉽게 소진시킨다. 장례서비스에 모든 걸 맡기는 건 그런 소진되기 쉬운 상황에서, 남은 가족과의 관계에 집중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누군가가 이 재산과 부채의 문제를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돈 많은 이들은 변호사에게 그 일도 맡기겠지만, 서민들은 스스로 해야 하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꼭 안심상속 신청을 하시기 바란다. 혹시 사망 신고할 때 놓치셨다면 가까운 읍면동 사무소나 시군구청에 가시면 전국 어디서나 할 수 있다. 단 상속개시(망자의 사망일) 기준 6개월 이내에만 가능하며, 공인인증서 등록 등을 거치면 '정부24'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다.
나 역시 상속처리의 고단함과 분노와 슬픔과 관계의 깨어짐을 겪어보았다. 그래서 동사무소에서 일할 때도, 민원인이 지치거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가장 신경 쓰던 업무가 사망신고였다. 누군가 검색을 통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아마 가족을 잃으신 분일 수 있겠다.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 왜 이 문장을 쓰면서도 눈물이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유족들이 평안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