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직 9급 공무원이 된 것이 마흔다섯 살이었다. 올해로 3년 차, 지금은 8급 1호봉이다. 사기업 직장생활, 전업주부, 프리랜서를 골고루 해보았고 이번에는 직장이 지자체가 된 것이다. 젊은 동기들과 함께 사령장을 받고 동사무소에 처음 발령받아서 민원서류를 떼는 업무부터 시작했다. '20대 예쁜 신규'를 기대했던 옆자리 노총각은 늙은 아줌마 신규가 너무 충격이었는지 눈도 안 마주치고 말도 하지 않았다.
동기가 몇 되지 않았다. 그나마 두 사람은 다른 시험을 보겠다고 일찍 떠났고 일곱 명이 동기모임을 한다. 가서 앉아있다 보면 영화 중간에 들어가서 맥락 못 잡고 헤매는 관객 같은 느낌이다. 착한 친구들이지만 나이 차이라는 게 어쩔 수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마 동기모임으로 만나는 일도 이젠 없지 싶다. 그들끼리는 삼삼오오 자주 모이는 듯하니.
늦게 들어와서 뭔가 사연 있는 사람처럼 비치곤 한다. 나를 매우 신기해한다. 이 지역에 연고가 없다는 점, 그 나이에 굳이 시험을 봤다는 점, 직장생활을 꽤 했다는 점 등등. 그냥 부서를 옮길 때마다 FAQ를 뿌릴까 보다.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가 그거다. "사기업에 있다가 와보니 뭐가 많이 다른가요?" 그 질문에는 뭐랄까...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약간 간 보는 느낌이 없지 않다.
처음에는 정말 잘 모르기도 했고, “사기업은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사는 또 다른 라떼가 되고 싶지 않아서 "여기선 신규니까 굳이 비교하지 않으려고 해요."라고 대답했다. 적당히 둘러가는 이 대답을, 사람들은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아무리 진심으로 마음이 그렇다 해도 몸에 밴 것들이, 오랫동안 훈련받은 것들이 남들에게 지적되는 부분은 나도 어쩔 도리가 없다. 때로는 신선함으로, 때로는 한계로 언급된다.
나라고 느끼는 것이 왜 없겠나만, 내가 좋은 점을 말하건 아쉬운 점을 말하건 사실 잘해봐야 본전이다. 굳이 대면해서 말로 늘어놓을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그러나 글이라는 공간은 솔직할 수 있어서 좋다. 몇 년 되지 않은 공무원 생활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낯섦과 부딪침 들을 적어보려 한다. 때로 하소연이 될 수도 있고, 때로 날 선 갈등일 수 있다. 여러 단계의 자기 검열이 남아있지만 미화와 비난을 경계로 놓고 그 안에서만 글을 쓸 작정이다.
밤에 집에 가서 머리를 어디 대기만 하면 10초 안에 잠이 드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밤을 꼬박 새우도록 잠을 못 자는 날이 많아졌다. 인사발령으로 부서를 옮겨 긴장한 탓도 있다. 재발한 위염에 통증이 심해지는 탓이기도 하고, 공무원의 역할 자체에 대해 아무도 시키지 않는 고민이 깊어진 탓도 있다. 그리고 더 큰 것은 내가 현직 중에 흔치 않은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재직기간이 길지 않아서 연금을 기대할 수 없는 나는 퇴직 이후의 직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기업을 다닐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고용안정성이 높아졌지만, 결론적으로 '이직'을 준비하는 기간이 15년 유예되었을 뿐, 나는 여전히 노후를 걱정해야 하고, 노동시장에서 나의 생산성 가치를 인정받을 노력을 늦춰서는 안 되는 입장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경계인이다. 마음 놓고 공무원 사회에 녹아들 수가 없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직 교환가치가 있는지, 공무원 조직에서 배울 것은 무엇이고 거부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자꾸만 생각해야 한다. 공직 밖을 바라보며 내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뭔지, 트렌드는 뭔지, 어떻게 해야 맞춰나갈 수 있는지 고민한다.
그 경계인의 시각으로, 공무원의 삶을 바라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