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화 다스리기

옷 입기, 양치하기

by 채롬

잘할 땐 너무나 잘하면서

옷 갈아입고 씻는 걸로 매일 잔소리 듣고 혼이 난다.

일 년이 넘도록 옷을 스스로 입게끔 하고 기어이 스스로 입으면서

아직까지 옷 입는데 30분 1시간이 걸린다.

반복되는 잔소리와 감정소모에 6살 아이에게 너무 과한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6살 나이면 일반적으로 옷을 스스로 입을 수 있는 나이고,

하고 싶은 일이 걸려있으면 너무나도 빠르게 잘 갈아입는 모습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내 기준에 아이를 너무 다그치는 것은 아닌가 싶어 가끔은 타협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인생을 살며 스스로 옷 입고 씻는 것,

스스로를 관리하고 다스려야 하는 것은 타협할 수가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살면서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결국 해내는 경험은 필요하다.

타일러도 보고 화도 내 봤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다 어제는 마음속 화를 누르며 물었다.


"시안이는 왜 옷 입는 게 힘들어?"


하고 물었다. 아이는 고민하더니


"기운이 없어요" 하고 대답했다.

"옷 입으려고 하면 기운이 없어?"

"네"

"그럼 빨리 옷을 갈아입고 나면 기운이 다시 나지 않을까?"


아이는 그 말에 설득력이 조금 있었는지 이내 옷을 갈아입었다.


"이제 옷 다 갈아입으니까, 다시 기운이 나?"

'네"


그동안

'빨리 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하고 싶은 걸 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해야 할 것을 얼른 끝내고 하고 싶은 것을 하자'

아무리 얘기해도 효과가 없었는데 아이의 마음을 듣고 답해주니 아이가 스스로 행동했다.

그날 저녁도 다음날 아침도, 이 대화로 아이는 비교적 수월하게 스스로 옷을 빠르게 갈아입었다.


아이를 키우며 마음속의 화를 다스리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마음속의 화를 누르고 누르다 결국 폭발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화를 내고 위협을 하고 회초리를 들어 이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것은 훗날 더 큰 화와 갈등을 키우는 일이다.

알면서도 그 신념을 지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의 화에, 조급함에 무너져 내린 날이 수도 없다.

가끔은 변하지 않는 아이를 보며 이게 맞는 걸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화'라는 해결책을 쓴다 한들 공포에 질린 그 순간 일 뿐

결국 바뀌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아이에게는 상처로, 부모에게는 좌절과 죄책감이 남을 뿐이다.


아이는 양치하기를 정말 힘들어한다.

이 나이 많은 아이들이 양치하기를 싫어한다지만

감각이 예민한 건지 양치하는 그 촉감을 너무나도 힘들어한다.

처음에는 다그치며 억지로도 시켜봤지만

이건 단순히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힘들어한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봤다.

서서 양치를 하니 이질적인 촉감에 긴장되어 배가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세면대에 밟고 올라가던 발판에 앉아 양치를 하기 시작했다.

서서한 것보다는 덜 힘들어하는 듯했다.

그래도 양치하기 싫어서 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양치를 할 때마다 짜증 나는 마음을 누르고 쭈그려 앉아 기다리며 양치를 하다가

어제는 기다리다 지쳐 엄마는 화장실 문 앞에서 기다릴 테니 준비되면 문 앞에 앉아서 양치하자고 했다.

아이는 이내 "준비 다 됐어요" 하며 따라 나왔다.

화장실 문 앞에 앉아 조금은 편하게 양치를 마무리했다.

화장실에 서서 양치하는게 긴장돼서 힘들다면 방에 앉아서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당장에 화내고 윽박질러 빠르게 해결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상대를 관찰하며 기다리다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질문이나 조언을 하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일이 해결되는 경험이 생각보다 많다.

그것을 알면서도 순간순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스스로와 상대를 고통으로 몰고 갈 때가 있다.

아니 많다.

알면서도, 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고 감정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곱씹어본다.

인간은 본디 나약하다.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더욱 단단해진다.

어제도 넘어졌고 오늘 또 넘어지더라도 나는 또 일어나 다시 걸을 것이다.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