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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by 디엔드

마지막으로 한마디.

일 년쯤 전, 내가 한 말을 수정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 양귀자, 모순.



그녀의 이름은 디엔드. 나이는 열일곱 해와 여섯 달.

매일을 버겁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저 살아있기에 살아있는 삶을 보내고 있는 걸지도?


그녀의 아픔을 나열하는 건, 그저 "나 힘들었어요."라고 장식하는 것일 뿐이기에, 최대한 그 당시의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누구에게나 아픔은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 깊이와 정도는 가늠할 수 없고, 그녀의 과거가 현재를 결정하진 않는다. 물론, 영향은 있겠지만 과거의 그녀와 현재의 그녀는 다른 사람이니 2025년 2월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 대해 적어보겠다.


우연히 책에서 본 문구 하나로 시작된 글쓰기이다.

인생은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


삶에 흥미가 없는 사람에게 꽂힌 단어는 "탐구"였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과학 탐구여서 그런 걸까. 평소에 넘쳐나는 생각들로 삶을 탐구하고 싶은 내적 욕망에서 시작된 걸까. 그 시작이 무엇이든, 이 글이 그녀에게 자신을 탐구하고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녀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우선, 그녀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멋쟁이가 되고 싶다고 한다. 힙함이라는 MZ스러운 단어가 있음에도, 멋쟁이라는 다소 촌스러운 단어를 쓰는 이유는 그녀는 올드함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새삥보단, 흔적이 남은 낡은 것들을 사랑하는 편이다. 티 없이 맑은 사람보단, 여러 시련에 흔들려서 부서지고 깨져본 사람을 좋아한다. 그 속에서 생겨난 고유한 단단함과 세월의 흔적이 남은 모든 것들은 아름다운 법이니까.





아이돌을 모르는 10대

또래 친구들이 아이돌에 열광하는 동안, 그녀가 아는 아이돌은 손에 꼽을 정도다. BTS 멤버가 몇 명인지도 모를 정도로 관심이 없다. 그녀가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그들의 화려함 때문이다. 아이돌은 직업 특성상 항상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무대 위에서는 언제나 환하게 웃고,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그 미소 뒤에는 보이지 않는 피로와 고통이 있다는 걸 짐작하고 있다.


밤을 새워 연습하고, 혹독한 자기 관리를 하고, 대중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감정을 숨기는 삶. 그들에게 ‘자유’라는 게 존재할까? 화려함이 아름다워 보이면서도, 어쩐지 슬퍼 보였다. 차라리,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보는 배우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혹은,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싱어송라이터가 마음은 편할지도 모르겠다.


연예인은 대중에게 사랑받지만, 동시에 대중의 소유물이 된다. 사람들은 그들이 행복하길 바라면서도,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저 가볍게 즐기면 될 것을, 그녀는 괜한 생각이 많다.





소란한 삶에서 멀어지기

늘 소란한 하루를 보내는 그녀는, 더 소란스러운 것들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론이 만들어내는 자극적인 뉴스에 피로를 느껴 뉴스를 보지 않는다. 개개인의 하이라이트만을 보여주는 인스타그램도 끊었다. SNS에서 멀어질수록 비교와 공허함이 줄어들고, 오히려 삶이 더 단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힘들 때는 브런치스토리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녀의 폰에는 브런치 앱이 깔려 있지 않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다른 작가들의 글을 자주 읽고, 댓글을 남기고, 반응을 확인했다. 하지만 점점 자신이 추구하는 모습과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시도 때도 없이 라이킷과 댓글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의 글과 비교하는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앱을 지웠다.


이제는 시간을 정해 노트북으로만 글을 읽고 쓴다. 조용한 공간에서 오롯이 자신의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 더 편했다.


그녀는 늘 생각한다. 오로지 관심을 받고 싶어서 쓰는 글에는 매력이 없다는 것을. 글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작가와 독자가 텍스트를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녀는 글을 쓸 때 가장 자유로워지고, 가장 진정성 있는 사람이 된다. 그 순간만큼은,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도 조금은 조용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이 행위를 멈출 수 없다. 소란한 날들 속에서 디엔드를 지켜주는 건, 오직 활자이니까.





왕복 2천 원 치의 일탈

그녀가 인상 깊게 본 드라마는 '나의 해방일지'였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해방이라니.

작년에 여러 차례 죽음에 대한 갈망을 겪은 후, 가족들의 감시는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혹시 또 자해를 하고 오지는 않을지, 약을 한꺼번에 삼키지는 않을지, 기분이 조금만 나빠 보여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굳이 이유를 묻지는 않는다. 안 그래도 벌어진 상처를 후벼 파고 싶지 않아서일까. 하지만 관심이 많아진 건 분명하고, 그 마음이 때때로 벅차게 느껴진다. 그녀는 하루라도 빨리 독립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그래서 가끔, 작은 일탈을 한다.


가출 소녀, 문제아가 되는 건 죽어도 싫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건 2천 원짜리 일탈.


무작정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마음에 드는 번호의 버스를 탄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리만큼은 늘 정해져 있다. 맨 뒷자리, 창가.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고, 귀가 터질 듯한 볼륨으로 음악을 틀어놓는다. 창밖을 바라보다가 낯선 풍경이 보이면 하차벨을 누른다. 내린 뒤에는 그저 걸으며 동네를 둘러본다.


예쁜 카페가 보이면 들어가기도 하고, 풍경을 눈에 담아두기도 한다. 일기장에 짧은 글을 남기기도 한다. 그렇게 2~3시간쯤 지나면, 슬슬 집에 가고 싶어진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낯선 동네에서 슬픔과 공허, 복잡한 감정들을 내려놓고, 다시 익숙한 곳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긴다.


그녀는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해방.





아주 잘 살고 싶은가 보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었다. 친구들은 늘 "넌 어떻게 그렇게 하고 싶은 게 명확해?"라며 신기해했을 정도다. 죽을 만큼 힘들어도, 매번 원하는 것은 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게 많은 그녀에게 늘 걸림돌이 되는 것이 하나 있다. 완벽주의.


완벽주의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이를 잘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지네의 딜레마'다. 지네는 아무 생각 없이 걸을 때는 잘 움직이지만, 자신의 다리를 하나하나 의식하며 움직이려 하면 오히려 걸음걸이가 엉키고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된다. 지나친 완벽주의가 오히려 능률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딜레마는 주로 생각이 많고 욕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세상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좌절과 실패는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쉽게 망각한다. 그녀 또한 높은 이상과 낮은 실천력 사이에서 괴로워하며, 특유의 한탕주의 성향까지 더해져 깊은 괴리감을 느끼곤 한다.


내가 아는 그녀는 꿈의 크기를 줄이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할 바엔 차라리 삶을 끝내는 게 낫다는, 다소 극단적인 생각을 품으며 살아간다. 그녀의 내면에는 '아주 잘 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자리하고 있다. 어쩌면 너무 잘 살고 싶기에 오히려 더 힘든 건 아닐까.


하지만 실천력을 키우고, 하루하루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면, 언젠가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원하는 것을 직접 성취할 수 있다면,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에 감사하며, 차근차근 나아가길. 그리고, 반드시 원하는 순간이 오길.





사랑의 형태

그녀는 사랑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그 사랑은 단순히 남녀 간의 감정이 아니라, 모든 관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랑이다. 사람을 향한 사랑, 동물을 향한 사랑, 사물을 아끼는 마음, 어떤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다정함까지. 사랑은 생각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하기에 살아가는 게 아닐까.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삶을 이어가는지도 모른다. 책 한 권 속 한 문장에 마음을 빼앗기고,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의 안부 전화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정성껏 차려진 밥 한 끼에도 사랑이 깃들어 있다. 그런 다정함이 그녀는 참 좋다.


요즘 10대들은 대부분 연애를 하며 지낸다. 사랑을 주고받는 모습은 아름답고, 때때로 부러울 때도 있었다. 한참 사랑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 그녀는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만났고 그린라이트를 느꼈지만, 스스로 관계를 끊어냈다.


그녀는 연애를 단순한 외로움의 도피처로 삼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다. 의지에만 기대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온전한 상태에서 함께할 수 있는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10대들의 연애는 진정한 사랑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느낀다. 자신이 독립하여 삶을 책임질 수 있을 때, 어느 정도 명확한 가치관이 자리 잡았을 때 시작하는 사랑이 더 건강하고 깊이 있는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군가가 있어야만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 때 더 많은 사랑을 나눌 수 있다. 그녀는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되기 위해, 먼저 자신이 행복해지는 삶을 선택했다.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는 사람이 더 좋은 사람과 사랑을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오늘도 다짐한다. 가치를 높이는 사람이 될 것!



언젠가는 끝날 거란걸 알고 있지만

서로의 곁을 지키자

꼭 그렇게 살아가 보자

- 소수빈, 사랑하자.





고통을 바라보는 능력, 고통을 참는 능력

모든 사람에게는 공감 능력이 있지만, 그 공감이란 결국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같은 상황이라도 경험의 깊이에 따라 공감의 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떤 이는 가볍게 이해하고 지나가는 일도, 누군가에겐 온몸으로 느껴지는 고통일 수 있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경험한 만큼만 타인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지금까지 쌓아온 데이터가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고, 자신의 고통을 참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죽음에 가까이 다녀온 사람에겐 정말 두려운 게 없다는 걸 많이 느낀다. 그녀의 뇌에는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문구가 각인되어 있는 것 마냥,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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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녀는 매주 병원에 간다. 작년에 받은 흉부외과 수술 이후, 켈로이드 흉터가 생겼다. 흉터 자체도 신경 쓰였지만, 통증이 있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성형외과를 찾았고, 의사는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권했다. 갑작스러운 치료 결정에 당황할 틈도 없이, 의사는 말했다.


"이거 정말 아픈 거야."
"어른들도 못 참는 사람 많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직감했다. ‘큰일 났다.’ 외과의사가 아프다고 경고하는 건, 정말로 아프다는 뜻이니까.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는 주사였다. 게다가 한 번에 여러 차례 주사를 놓기 때문에 더욱 고통스럽다. 흉터를 뚫고 바늘이 들어갈 때, 스테로이드 액체가 살을 밀어내며 퍼질 때 느껴지는 특유의 통증. 마치 살을 안에서부터 짜부라뜨리는 듯한 느낌? 으..


어금니를 꽉 물어도 신음이 새어 나왔고, 온몸이 긴장한 채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본 환자 중에서 가장 잘 참는 거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문득 깨달았다.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버린 것 같았다. 어릴 때부터 이미 참는 건 익숙했던 것도 있다. 그동안 마음이든, 몸이든 수없이 많은 아픔을 견뎌내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 아픔에 비하면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고통이 익숙해진다는 건 슬픈 일이지만, 그만큼 살아내기 위한 힘이 존재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버티고 있고,

그렇게 또 한 번, 스스로를 지켜내고 있었다.

그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을 돌보는 것보다 세상을 탐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곤 하지만, 사실 가장 먼저 탐구해야 할 대상은 자기 자신이 아닐까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외면하지 않고,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따뜻한 시선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흔들려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내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가는 것이니까요.


우리 모두 자신을 탐구하고, 탐구하며 살아가기를.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조금 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기를! 오늘도 용기 내어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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