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증후군을 아시나요?
햄릿 증후군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뒤로 미루거나 타인에게 결정을 맡겨버리는 소비자의 선택 장애 상황
나는 무언가를 결정하기 전에 고민을 참 많이 한다. 가능한 한 끝까지 결정을 미루는 일이 잦은 편이다.
내 나름대로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함이지만, 기저에는 후회를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이 두텁게 깔려있다.
어느 길로 가든 후회는 있을 텐데 말이다.
내가 인생에서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2가지가 있는데, 고등학교와 반수였다.
지나고 보니 별거 아닌 일이었는데, 그 당시에 남들이 보기엔 대체 얘가 왜 이럴까? 싶을 정도로 고뇌했다.
내가 사는 곳은 비평준화 지역이어서 중학교 성적에 따라서 본인이 원하는 고등학교를 선택해서 진학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정시에 강한 학교, 내신 따기가 비교적 수월해서 수시로 좋은 결과를 노릴 수 있는 학교, 내가 열심히만 한다면 수시와 정시 모두 잡을 수 있는 학교 중에 정말 미친 듯이 고민했다.
훗날 나의 대입까지 내다보았을 때 어느 곳에 가야 가장 이득일까를 따지는데 거의 한 달 넘게 뇌를 쥐어짠 것 같다. 사실 어딜 가든 내가 열심히 해서 옳은 선택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고등학교라는 산을 넘고 나서는 대학이라는 산 앞에서 더 큰 고민을 마주했다.
기대만큼 성적이 따라주지 않아서 원하던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고, 수시 6개 중 6번째로 지망했던 학교에 가게 되었다. 그럼에도, 진학한 후에 학교를 다니면서 정말 만족했고, 좋은 친구, 좋은 교수님, 좋은 강의를 많이 만나게 되면서 대입에 대한 아쉬움이 잊히는 듯했다.
그런데 문득문득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아쉬움이 나를 자꾸 뒤돌아보게 만들었고, 어딘가에서 들었던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해보고 후회하자'라는 말이 결국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학교에 다니면서 반수를 하게 되었고, 고3 때부터 그토록 원했던 대학교에 합격해서 재밌게 다니고 있다.
대입 때까지만 해도 내가 해야 하는 결정은 이런 굵직한 것들 뿐이었다. 그마저도 나의 선택을 도와주는 선생님과 부모님이 늘 곁에 있었고, 최선의 선택으로 가기 위한 도움을 주는 헬퍼가 참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선택이 나에게 달려있다. 엄청난 자유가 주어졌고, 나는 선택하고 노력하고 또 선택하고 또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나이가 되었다.
요즘 내가 굉장히 깊게 고민할 일이 생겼는데, 벌써 2달 넘게 고민 중이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내 향후 커리어와 관련된 중요한 선택을 놓고 고민 중이다. 어떤 길로 가더라도 반드시 배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후회를 최소화하겠다는 마음이 또 나를 고뇌하게 만들고 있다.
요즘 토스팀에서 출간한 '유난한 도전'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여기서 되게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었다.
아쉬움도 넘치고 후회 안 할 자신도 없지만, 제가 팀에 드릴 수 있는 에너지가 남은 여정을 위해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어렵게 결정했습니다. 저를 설레게 하는 다음 일이 무엇일지 찾아보려고 합니다.
토스팀에 소속되어 있던 한 구성원이 퇴사하면서 남긴 말이었다.
후회를 안 할 자신도 없지만 자신을 설레게 하는 다음 일을 찾아서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선택이 참 멋져 보였다.
사실 지금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선택이 무엇인지 알지만, 현실적인 부분들이 나의 발목을 잡는 것 같다. 돈이나 시간 같은 현실적인 장벽을 뛰어넘고 새로운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더 부지런해지고 총명해져서 반짝이는 정신으로 해결법을 찾고 실행하는 수밖에!
무엇보다 나와의 약속을 잘 지켜서 나 자신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의식적으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 정리하기 같은 것부터 퇴근 후 운동하기 등등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만들어 나가야 단단한 자신감이 생기고, 어떠한 선택을 해도 나를 믿고 해 나가는 힘이 생길 테니.
안전지대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 아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