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가장 공감된 이야기
무엇이든 해보기 전에는 지금의 나에게 맞을지, 안 맞을지 알 수 없다.
과거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잘 안풀렸더라도 오늘의 나는 다를 수 있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안 해보고서 '해볼까?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 좋지 않았던 경험을 갱신하는 것, 싫어하던 것을 해보는 것, 안 해본 것을 해보는 것만큼 가장 크게 배우는 경험은 없다.
실패가 나의 길을 잡아주는 나침판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이러한 선택들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의 안전지대(Comfort zone)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적어도 학교 밖의 인생에서 정답이란 없다. 그럼에도 커리어 초반, 크고 작은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유혹을 받기 쉽다. 나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 내게 정답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유혹은 초기 창업자들도 많이 겪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정답을 좇는 행위가 실제 성장과 무관함에도 '100점짜리 정답' 이라는 망령을 쫓게 된다.
여러 멘토링 행사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있다. "지금 무슨 기술이 뜨나요?" 세상이 빠르게 변하다 보니 다들 막막하다. 그래서일까. 혹자는 무엇이 소위 '뜨는 기술'인지 찾아서 선행학습을 통해 그걸 익히려 한다. 그렇게 전문성을 쌓아 커리어를 오래 이어가고 싶다는 속내다. 가장 흔하게 보이는 패턴이자 정답을 찾으려는 대표적인 양상이다.
불안감 ➡️ 유행하는 기술 파악 ➡️ 선행학습 ➡️ 전문성 ➡️ 안전한 커리어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 싶어 석사과정 혹은 박사과정으로 진학하는 선택 또한 정답을 좇는 또 다른 형태다.
대학원 진학이 호기심, 당장의 필요나 학구열과 무관하다면 더욱 정답에 매달리는 쪽으로 기울기 십상이다.
세상에 나가는 걸 피하기 위한 대학원 진학도 여기에 포함된다.
마치 대입을 준비하듯이 취업 준비를 오래 해서 대기업에 가려는 발상도 유사하다.
전문성을 쌓고 대기업을 오래 다녀서 커리어를 한 방에 완성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에 관한 질문들은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 멘토링에서 항상 등장한다.
먼저 내 생각을 밝히자면, 석박사 공부는 돈과 시간을 써야 하는 투자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공부여야 한다.
궁금증과 열정을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단지 이력서에 한 줄을 적기 위한 취지만으로는 투자의 근거가 부족하다. 차라리 그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슬기롭다. 동일한 시간 동안 실제로 일을 하면서 돈 벌고 경험을 쌓은 다음, 조금 더 마음에 들고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건강하고 안전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다음으로 이렇게 자문해 볼 수 있다. 대기업에 취업한다면 내 커리어가 완성될까? 지나치게 애쓰지 않더라도 대기업에 빨리 취업할 수 있다면 거길 다녀보는 경험도 좋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직접 겪어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요즘처럼 빠르게 달라지는 세상에서 대기업 또한 내 기나긴 커리어에서 거치는 다수의 회사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 대기업이 내 커리어를 완성시켜줄 수 있다는, 혹은 안전하다는 발상은 환상에 가깝다.
어떤 회사를 다니건 나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면서 주변에 좋은 평판을 남겨 후일을 도모한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실제로 대기업들에서 커리어 관련 강연을 해보면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강연할 때와는 조금 다른 결의 질문이 들어온다. 작은 회사에서는 "내가 잘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와 "내 업무 외에도 할 일이 많은데 이게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가 가장 흔하게 듣는 질문이다. 반대로 큰 회사에서는 세미나가 끝난 후 별도로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으로는 "큰 기대를 가지고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배움의 속도가 느리다" 를 꼽을 수 있다. 즉, 대기업에 입사하면 내 커리어가 완성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고민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어릴 때부터 주입식 공부를 한다. 그런 까닭에 정답을 찾는 행위로 기울기 쉽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막혔을 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리하고 행동하기보다 공부를 통해 정해진 길을 찾아 모범답안을 찾는 방식이 알게 모르게 몸에 밴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인생에서, 학교 밖에서는 정답이란 없다.
불확실하더라도 본인의 판단을 믿고 내 생각이 맞는지 부딪쳐 확인해 봐야 한다.
약간의 실패가 수반되더라도 스스로 고민하고 행동한 만큼 성정한다.
나다움이 선명해지는 길이다.
작을지라도 성취하고 몰두하는 경험을 쌓아 성취의 크기를 키워보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내면 어떨까.
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는 것, 요즘 같은 세상에는 이러한 유연함이 곧 전문성이라 할 수 있다.
_한기용 저, '실패는 나침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