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의 계절에 쓰는 편지

낙관과 행복 사이

by 시간을 잊은 일기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며, 낙관 속에서 성숙해, 행복 속에서 죽는다.


존 템플턴의 여러 명언 중에서 이 문장을 가장 좋아한다. 그다음으로는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네 단어,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를 경계한다.


2026년 현재, 주식시장은 어디쯤일까.


미국과 한국 할 것 없이 완연한 '낙관'의 단계다. 올해 주식 하락을 예측하는 전문가가 거의 실종되었으니, 이미 진입한 사람들은 상승을 더 즐겨도 좋을 시점이다. 반면 지방 부동산은 '회의' 정도 되겠다. 1년 전만 해도 비관이 가득했으나, 작년 가을 이후로 그 단계는 넘어선 듯하다. 일부 핵심지 신축 위주로 강한 상승이 보이는 가운데, 구축의 지지부진한 움직임과 여전히 남아 있는 미분양 물량이 대중의 회의감을 붙잡고 있다.


템플턴의 말이 맞다면, 주식시장은 결국 행복 속에서 죽을 운명이고 지방 부동산은 낙관 속에서 성숙할 운명이다. 다만 그 시기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공포 속에서 바닥을 맞추기도 어렵지만, 대중의 광기 속에서 고점을 맞추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올해 코스피가 걱정되는 지점이 하나 있다. 6월 지방선거다.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사기 위해 쏟아졌던 선심성 부양책과 유동성 공급이 멈추면, 시장은 차가운 펀더멘털의 시험대에 서게 된다. 낙관이 지배하는 시장은 악재에 둔감하다. 그 둔감함이 깨지는 순간은 대개 갑작스럽다. 선거 이후의 정책 공백기가 그 트리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리고 올해부터 내년까지 본격적으로 시장의 체질을 바꿀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상법 개정안에 따른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회사는 새로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이내에 소각해야 하고,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는 법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내에 소각해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만성적 원인이었던 '자사주를 이용한 편법 승계'를 뿌리 뽑겠다는 강공책이다. 주주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유통 주식 수가 줄면 내가 가진 1주의 가치는 올라가고, EPS와 ROE 같은 핵심 지표가 개선되며, 시장은 이런 기업에 더 높은 멀티플을 쳐준다. 외국인 자금이 장기적으로 유입될 명분도 생긴다.


문제는 그 이후다.


기업들은 데드라인까지 자사주를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경영권 방어의 마지막 카드이고, M&A에서 현금 대신 쓸 수 있는 화폐이며, 주가 부양을 위해 아껴둔 비장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유예기간 종료 3~6개월 전, 미루고 미루던 기업들이 한꺼번에 소각 공시를 쏟아내면 내년 코스피 지수는 비정상적으로 오버슈팅할 수 있다. 소각 파티의 절정이다.


하지만 파티는 끝난다. 태울 주식이 더 이상 없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시장은 냉정하게 '그다음'을 묻는다. 더 치명적인 것은 '안전판의 소멸'이다. '사면 무조건 태워야 한다'는 강제성은, 기업들로 하여금 아예 자사주 매입 자체를 기피하게 만들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증시에서 급락장이 올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기업의 자사주 매입 — 이른바 '자사주 풋(Put)' — 이 사라지면, 하락장에서 지수를 받쳐줄 돈이 없어진다. 떨어질 때 더 깊게 떨어진다는 뜻이다.


낙관 속에서 성숙하는 시간이 얼마나 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시선을 미국으로 돌려 보자.


지금 미 증시를 하드캐리하는 것은 AI다. 그러나 2027년은 수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가 '실제 이익'으로 돌아와야 하는 증명의 시간이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AI를 대거 도입하면서 화이트칼라 해고가 본격화될 것이고, 기업 이익의 분자는 좋아지는데 소비의 주축인 중산층 소득이 줄어드는 역설적 침체 — '유령 GDP(Ghost GDP)' — 가 나타날 수 있다. 소비가 무너지면 결국 기업 실적도 꺾인다. 그 변곡점이 2027~2028년으로 모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 국가 부채 이자 지급액이 2026년을 기점으로 연간 1조 달러를 돌파하고, 2027~2028년경에는 국방비를 넘어서는 재정적 변곡점에 도달한다. 정부가 부채를 갚기 위해 채권을 계속 찍어내면 시중 금리는 상방 압력을 받고, 이는 고평가 된 기술주에 치명적인 트리거가 된다.


그리고 2028년은 미국 대선이 있는 해다. 단순한 대선이 아니다. 현직 대통령이 출마하지 않는 해, 이른바 'Open Seat' 선거다.


역사적 데이터는 냉혹하다. 1961년 이후 S&P 500의 평균 수익률을 보면, 현직이 재선에 나선 해는 약 +12%인 반면, 현직이 물러나는 해는 약 +2%에 불과하다. 2008년 부시 퇴임 때 리먼 사태와 함께 -37%, 2000년 클린턴 퇴임 때 닷컴 버블과 함께 -9%. 현직이 떠나는 해에 유독 굵직한 폭락이 몰려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재선에 목매는 대통령은 어떻게든 경기를 부양하지만, 더 이상 출마하지 않는 대통령에게는 그럴 동기가 없다. 새로운 후보가 나오면 세금, 규제, 무역 정책이 통째로 바뀔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자본을 얼어붙게 만든다. 자본은 나쁜 소식보다 모르는 소식을 더 무서워한다.


2028년의 그림을 겹쳐보면 상당히 무시무시하다. 한국에서는 자사주 강제 소각 데드라인이 끝나며 수급의 마법이 사라지고 안전판이 실종된다. 미국에서는 AI 수익성 의문, 국가 부채 이자 폭탄, 현직 없는 대선의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겹친다. 2027년 상반기까지는 수급에 의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유예기간 종료 시점을 기점으로 지독한 숙취가 찾아올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그 운율은 비슷하다.


금과 은도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금/은 비율(Gold-Silver Ratio)은 시장의 온도를 측정하는 정교한 온도계였다. 80 이상이면 은이 저평가된 비관의 구간, 40~50까지 내려오면 광기에 휩싸인 행복의 구간이다. 최근 금값 상승이 견고한 가운데 은이 무섭게 따라붙으며, 이 비율은 50 아래로까지 내려왔다. 1980년, 2011년의 폭락 직전과 닮은 수치다.


AI와 태양광 수요로 은이 부족하다는 논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논리가 산업적 근거를 입고 가장 그럴듯하게 들릴 때가, 역사적으로는 고점이었다. 지금 금과 은에 새로 뛰어드는 것은 단기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구간이라고 본다.


이 모든 것과 반대로, 지방 부동산은 낙관적으로 본다.


세금 관련 이슈로 일시적 출렁임은 있을 수 있으나, 최소 2~3년간은 상승장을 예상한다. 핵심지에서부터 회의가 걷히기 시작했고, 회의 다음에 오는 것은 낙관이다. 실거주나 갈아타기 목적이라면, 오늘이 가장 싼 날이다.


결국 모든 시장은 같은 리듬을 탄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금이든 은이든, 비관이 회의로, 회의가 낙관으로, 낙관이 행복으로. 그리고 행복 속에서 죽고 나면, 다시 비관에서 태어난다.


다만 2027~2028년은 단순한 사이클의 전환이 아닐 수 있다. 한국의 자사주 소각이라는 제도적 충격과 미국의 AI 거품 청산, 부채 한계, 정치적 공백이 동시에 겹치는 드문 시기다. 개별적으로는 각각 감당할 만한 악재들이, 한꺼번에 모이면 퍼펙트 스톰이 된다. 소각 파티가 끝난 한국 증시에 안전판이 사라진 상태에서, 미국발 충격파가 밀려온다면 — 그때의 하락 속도는 우리가 경험해 본 것보다 훨씬 더 빠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시나리오일 뿐이다. 시나리오의 가치는 예측이 맞았느냐가 아니라, 그 가능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에 있다.


낙관의 계절은 따뜻하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기 전에 코트를 꺼내두는 사람만이, 겨울을 견딘다.


문제는 언제나 같다. 자신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아는 것.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