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눈처럼 쏟아지던 날

by 시간을 잊은 일기

그날 나는 벚꽃 날리는 봄 하늘을 바라보며 가슴으로 울었다. 소리 내어 울기엔 날이 너무 좋았고, 그저 지나치기엔 가슴 한구석이 너무 저릿했다.


연세대 신촌캠퍼스 백양로, 그 어느 구석의 벤치였다.

지나가는 학우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특별히 할 일이 있어서도 아니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거기 앉아 있었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왔다. 그 순간 벤치 주변 벚나무에서 수많은 꽃잎들이 눈처럼, 별처럼 쏟아졌다. 나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고, 하늘을 가득 채운 분홍빛 눈보라를 보았다.


그때였다.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팠다.

왜 그랬을까.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저 혼자였다는 것, 그 찬란한 순간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서러웠던 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날의 벚꽃은 내가 평생 본 어떤 풍경보다 아팠고, 동시에 가장 아름다웠다는 것.


백양로 어딘가에 아직 그 벤치가 남아 있을까. 그곳에 다시 앉는다면, 나는 또다시 가슴속으로 울게 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다만 이제는 안다. 찬란한 것들은 언제나 짧고, 아름다운 순간은 혼자서도 충분히 가슴 아플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벚꽃은 여전히 매해 봄마다 핀다. 하지만 그날의 벚꽃은 단 한 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