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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시간 Jun 22. 2023

2달간 쉬며 한 것들

생각했던 건 카페와 미술관 관람이었는데요

다음 계획을 보통 어느 정도 세울 만도 한데 이번엔 조금 달랐다. 

아니 막막했다.

정말 다음에 뭘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안 드는데 억지로 회사에 지원하고 그렇게 또 일 년, 이년 다닐 순 없었다. 내 뒤엔 40대가 기다리고 있고 변화 없는 삶보다는 당장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편이 덜 불안했다. 

그리곤 그냥 무계획으로 지내보았다. 


아무 계획 없는 하루하루는 생각보다 소중하고 행복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더불어 왜 출근할 때는 없던 일들이 쉬니까 생기는지 

아니면, 지금 시간이 자유로워서 다행인 건지 아무튼 평일 낮시간에도 할 일들이 많이 생겨났다. 



자유인 첫째 달

원래 직장인들은 연차 내고 병원-은행-우체국 코스를 하루에 몰아서 끝내지 않던가

다만 이제 시간이 많으니 꼭 해야만 했던 일들을 한 달간 여유롭게 한 느낌이었다. 


1) 건강검진 (백수 되기 전에 꼭 해두어야 할 것만 같아서)

2) 부모님 건강검진 보호자로 옆에 있어드리기 (라기보다는 끝나고 맛있는 식사 사드리기)

3) 아파트 대출건으로 은행 다니기 (왜 꼭 본인이, 직접, 가야 하는지)

4) 동업 사업자 폐업 하기 (약속했던 유예기간 동안 큰 이변 없이 폐업으로 끝났다)

5) 부모님과 여행


자유인 두 번째 달

차곡차곡 쌓여있던 일들을 끝내고 나니 어수선한 집이 보였다. 

그리고 먹는 것이 슬슬 걱정되었고 하루에 100 보도 걷지 않는 날도 꽤 있었다.


1) 당근 하기 (쌓여있던 짐 정리 - 사업할 때 남은 물건들, 안 입는 옷과 안 쓰는 가구들)

주 2회는 당근을 했던 것 같다. 왠지 느낌이 오는 그 사람에서 "당근이시죠?" 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덕분에 집에만 있지 않고 겸사겸사 나가기도 했고. 


2) 장보고 간단하게 해 먹기

맥주와 안주류로 차 있던 냉장고가 두부, 김치, 고기, 과일에 맥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3) 주 3회 요가 + 오전 셀프 요가 (궁금했던 오전반 출석!)

아니 그런데 오전반에 오히려 수강생분들이 더 많던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연령대도 다양해서 주부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그들도 나를 보며 같은 생각일까?

다들 무슨 라이프를 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현재, 


무료하고 활력이 안 나서 미칠 것 같은 건 조금 지나간 것 같다.

그저 물에 비친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그야말로 "나 마주하기" 시간은 따분하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욕심과 허상이 만들어낸 To do list는 대부분 지워지고 정말 알맹이들만 남는 것 같다.


허상 To do list는 예를 들면,

1년 뒤에 사업이 잘돼서 세금이 걱정될 테니 미리 세무공부를 해야 하나

효율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만남, 친구 멀리하기

5년 안에 부모님 테슬라 사드리기


정말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생각들 뿐이었다. 


그리고는 알맹이 To do list들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이 얘기는 현재진행이기 때문에 잘 다듬어서 다음 편에서 적어볼 예정이다. 




일기와 같은 이런 글을 불특정 한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건 부끄러우면서도 꼭 해야 하는 숙제를 끝낸 기분

손흥민 선수의 '계속 꾸준히 빠짐없이'가 생각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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