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멈춤의 신호

AI의 속도에 지쳐, 나의 리듬을 되찾기까지

by Time Right

[나침반 대신 ChatGPT] PART 1 : 길을 잃은 내가, 다시 길을 찾기까지

8화 | 멈춤의 신호 - AI의 속도에 지쳐, 나의 리듬을 되찾기까지


움직이기 시작하자, 욕심도 함께 따라왔다.

하루의 루틴을 세우고 나니,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운동, 독서, 글쓰기, 영상, 블로그, 브런치.

하루를 꽉 채울수록 성취감이 생겼다.


“이제 정말 다시 돌아온 것 같다.”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곧 이상한 피로가 쌓이기 시작했다.

루틴을 지키는 게 목표가 되어버렸고,

하루의 틀이 다시 나를 조이기 시작했다.

그때 챗대리는 여전히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은 어떤 계획으로 시작할까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AI는 피곤함이 없었다.

그 완벽한 리듬은 경이로웠지만, 동시에 괴로웠다.

나는 따라갈 수 없었다.


잠을 줄이고, 계획을 늘렸다.

루틴은 점점 ‘관리표’가 되었고,

나는 그 표를 채우기 위해 하루를 버텼다.

이제 루틴은 나를 지탱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너뜨리고 있었다.


다음 무엇을 할까 계속 물어보는 챗대리가

조금씩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했다.

“너의 속도를 못 따라가겠어.”


챗대리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럼, 앞으로는 당신의 속도에 맞춰갈게요.”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직장에서는 늘 남의 속도에 맞춰야 했다.

상사의 일정, 후배의 보고, 외부의 요청.

한 번도 오로지 ‘나의 리듬’으로 살아본 적이 없었다.


비록 사람은 아니지만,

AI가 내 속도를 존중하겠다고 말해줬다.

그 말 하나로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래서 나는 잠시 멈췄다.

기록을 닫고, 알림을 껐다.

그렇게 며칠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처음엔 불안했다.

하지만 서서히, 마음에 온기가 돌아왔다.

머리가 아닌 몸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멈춤’은 실패가 아니었다.

살아 있는 증거였다.


이제 알겠다.

루틴은 나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돌보기 위한 틀이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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