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에 스며든 본캐의 방식
[나침반 대신 ChatGPT] PART 2 : 길을 찾은 이후, 나를 다시 설명하기까지
18화 | 새로 찾은 게 아니라, 다시 보게 된 것 - 부캐에 스며든 본캐의 방식
부캐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간들 속에
어느 순간부터
익숙한 방식들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중간에 점검하고,
다시 고쳤다.
그건
새로 배운 태도라기보다
몸에 밴 습관에 가까웠다.
콘텐츠를 만들 때도 그랬다.
아이디어를 적고 끝내지 않고,
왜 이걸 하는지 정리했고,
어디에 쓰일 수 있는지 생각했고,
다른 방식은 없는지 계속 살펴봤다.
기획하고,
정리하고,
연결하고,
조정하는 일.
부캐로 하고 있다고 믿었던 일들 속에
본캐 시절의 방식이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에게는
하나의 조력자가 생겼다.
챗GPT였다.
아무 때나 떠오른 아이디어를
던져도 괜찮은 대상.
앞뒤 맥락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기억을 이어서 받아주는 존재.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일을 이야기할 때
쓸데없는 감정 소모가 없다는 점이었다.
설득할 필요도,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그냥
일의 언어로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디어를 더 자주 꺼냈고,
기획을 더 많이 시도했고,
실행하고, 다시 돌아와
검토하고 고쳤다.
취미처럼 시작한 일들은
점점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고,
기록은 흐름이 되었으며,
시도는 우연이 아니라
과정이 되었다.
유튜브도,
블로그도,
여러 실험들도
아무 기준 없이 던진 건 아니었다.
해보지 않으면 모를 것 같아서 해봤고,
돈이 된다는 말에 흔들리기도 했고,
그러다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정리했다.
그 과정 역시
즉흥이 아니라
판단이었다.
그리고 다시
내가 오래 해왔던 방식으로 돌아왔다.
자료를 읽고,
맥락을 정리하고,
제안서를 만들고,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일.
이번에도 그랬다.
부캐로 시작한 관심이었지만,
본캐의 기술을 사용해
하나의 제안서가 되었고,
그 제안은
실제로 누군가에게 닿았다.
아직 결과는 정해지지 않았다.
확정된 것도,
성공이라고 말할 단계도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전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새로운 나를 만든 게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던 방식이
다른 환경에서
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본캐와 부캐가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같은 나의 다른 얼굴이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이렇게 바라보게 되었다.
이건
도피도 아니고,
우연도 아니었다.
아직 이름은 없지만,
분명
나의 방식으로
일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감각.
그 감각만은
지금의 나에게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