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자리는 없지만, 나는 나에게 머물기로 했다

타임 라이트 시리즈 05 – 일에서 멀어진 나, 나에게 머무는 연습

by Time Right

회사는 아직 나를 직원으로 명시하고 있다.

사번도 있고, 이메일도 살아 있다.

하지만 나는 일하지 않고 있다.

내가 돌아갈 공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1년이 지나서야 들은 말,

“복귀가 너무 빨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어진 권고,

“조금 더 쉬는 건 어때요.”


그 말을 듣고 쉬기 시작했지만,

마음은 더 혼란스러웠다.

나는 직장이 있는데 왜 집에 있는 걸까?

쉬라고 하니까 쉬고 있긴 한데, 나는 정말 쉬어도 되는 걸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나는 건강해졌다고 생각했다.

정신도, 체력도, 이제는 많이 돌아왔다고 느꼈다.

마라톤도 뛸 수 있고, 브런치에 글도 쓸 수 있고,

낯선 프로젝트를 다시 기획할 여력도 생겼다.


그런데 회사에서만 나는 아직 ‘아픈 사람’이다.

복직을 말하면 다들 “좀 더 쉬어야지”라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은 증거가 없다며 넘기고,

나는 “민감한 사람”, “불쌍한 환자”가 되어버렸다.


나는 그렇게까지 아프지 않은데.

아니, 나는 정말로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는데.

왜 모두 나를 아픈 사람이라고 하는 걸까.


그래서 지금 나는

직장이 있지만, 돌아갈 자리는 없는 사람이 되었다.

회사엔 소속되어 있지만, 소속감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마음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나를 버리지 않기로 했다.


하루를 설계하고,

몸을 움직이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영상으로 기록하고…


작고 느린 루틴을 통해

다시 나를 붙잡고 있다.


나는 지금 나를 기획 중이다.

회사의 프로젝트가 아닌,

‘나’라는 사람을 위한 기획.


그게 언제 완성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선택이다.


돌아갈 자리는 없지만,

나는 나에게 머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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