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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자의 소울 푸드

by 밤하늘 읽는 시간


어느 날 문득, 점심 메뉴를 고민하다가 제육볶음이 떠올랐다. 그 순간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또 제육볶음인가?”
그런데 곧 떠오른 질문. 왜 내 머릿속에서 제육볶음은 늘 이렇게 첫 번째로 떠오를까? 그 답은 간단했다. 제육볶음은 내 삶의 단골손님이기 때문이다. 특별하지 않아도 언제나 곁에 있는 것. 어쩌면 그것이 제육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제육볶음은 내 인생을 관통하며 추억의 냄새를 풍긴다. 그것도 아주 맛있는 냄새로 말이다.


어린 시절, 집안 곳곳을 맴돌던 제육볶음 냄새는 언제나 따뜻했다. 달짝지근한 간장 양념에 버무려진 돼지고기의 윤기와 찰진 쌀밥 위로 흐르던 국물. 그 장면은 나에게 '엄마'와 한 몸처럼 기억된다. 엄마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한 가지를 강조하곤 하셨다.
“많이 먹어야 힘이 나지!”
그 말 한마디가 제육볶음과 함께 내 마음 한편을 평생 든든하게 채워주고 있다.


학창 시절로 넘어가 보자. 학교 급식에서 제육볶음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다소 실망했다. 엄마의 제육과는 너무 달랐다. 간장의 달달함 대신 매운 양념이 지배적이었고, 돼지고기보다는 양념 맛이 더 강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밥 위에 제육볶음을 듬뿍 올리고 비비며 먹던 그 순간, 누구보다도 행복했다. 그저 배가 부른 것이 아니라, 그 평범한 한 끼가 함께한 웃음과 이야기를 더 맛있게 만들었다.


대학 시절에도 제육볶음은 나와 함께했다. 운동 후 허기진 몸으로 찾았던 학교 앞 가게. 제육덮밥 한 그릇은 그 자체로 나를 부활시키는 에너지원이었다. 배고픈 상태에서는 고기가 남긴 기름 한 방울도 귀하게 느껴졌다. 김가루가 올라간 밥을 한 숟가락 크게 떠서, 매콤 달콤한 고기를 함께 입에 넣으면, 삶의 모든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직장인이 된 나는 여전히 제육볶음을 자주 찾는다. 점심시간마다 메뉴를 고민하다 보면 결국, 제육볶음으로 귀결된다. 상추쌈에 제육을 얹어 한 입 크게 싸 먹는 순간, 그날의 스트레스가 잠시 사라진다. 제육볶음은 내게 있어 바쁜 하루를 지탱해 주는 평범한 쉼표다.


제육볶음은 특별하지 않다. 그것이 제육의 진정한 매력이다. 생일 케이크처럼 반짝거리는 특별함도 없고, 회식 자리에서 돋보이는 고급 메뉴도 아니다. 하지만 그 평범함이 오히려 깊은 안정감을 준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늘 곁에 있어주는 존재.


인생도 제육볶음과 다르지 않다. 모든 날이 특별할 수는 없다. 삶이라는 식탁 위에는 화려한 요리보다 평범한 밥상이 더 자주 오른다. 그러나 돌아보면, 바로 그 평범한 날들이 오히려 내 삶을 지탱해 주는 힘이 되어 있었다. 눈부신 순간들보다 오히려 '그저 그런 날들'의 기억이 더 많지 않은가? 새벽까지 시험공부를 하고 먹던 따뜻한 밥, 운동 후 친구들과 허겁지겁 먹던 제육덮밥, 가족과 함께 웃으며 나눴던 평범한 저녁 식사. 그 순간들에 제육볶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몰랐다. 이 평범한 날들이 훗날 나를 견디게 해 줄 자원이 될 줄은. 오늘도 먹는 제육볶음이 나중에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이제 나는 제육처럼 살고 싶다. 화려하지 않아도, 늘 나답게. 사람들에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삶.


“매일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평범한 날 속에서도 너는 충분히 잘 살고 있어.”


그렇다. 우리 삶은 제육볶음 같은 것이다. 어쩌면 소박해 보이지만, 돌아보면 그것이 우리를 지탱해 준 가장 든든한 힘이었다. 그러니 제육처럼 살아보자. 평범함 속에서 누군가의 추억에 달콤한 향기를 남기며, 하루하루를 진심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제육볶음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삶의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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