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육볶음이 참 신기한 음식이다. 이 녀석은 어디에 놓여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어느 날은 밑반찬으로 등장해 식탁의 빈틈을 채워주고, 또 어떤 날은 밥 위에 떡하니 올라가 주인공처럼 존재감을 드러낸다. 심지어 가끔은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변신하며 늘 제 몫을 다하는 제육볶음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제육볶음은 낄끼빠빠 마스터구나."
밑반찬으로 등장한 제육볶음은 눈에 띄지 않는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가 주연을 맡는 날, 제육볶음은 그저 밥 한 숟가락을 더 맛있게 만드는 보조자일뿐이다. "이거 밥에 얹어 먹어 봐, 정말 맛있어." 엄마의 한마디에 젓가락을 가져가면, 비로소 그 매력을 알게 된다. 비록 주연이 아니더라도, 밑반찬으로서의 제육볶음은 식탁 전체를 조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삶도 그렇다. 누구나 매번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때로는 주변인을 빛내주는 역할을 맡아야 할 때도 있다. 그런 날들을 무시하지 않고 충실히 보낸다면, 결국 전체를 완성하는 데 내 몫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제육볶음은 단지 밑반찬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필요한 순간엔 메인요리로 올라선다. 한 그릇 요리로 나오는 제육덮밥처럼, 자신만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고운 윤기가 도는 돼지고기 위로 파채나 김가루가 얹히고, 매콤 달콤한 양념은 밥을 부르는 마법을 부린다. 한 입 크게 떠먹을 때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제육볶음이 메인요리로 나설 때 주저함 없이 그 역할을 해내듯, 우리도 준비가 되었을 때는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몫을 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불안하게 바라본다. “지금 나는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걸까? 이 역할이 나에게 어울리는 걸까?” 하지만 제육볶음을 떠올려 보자.
주어진 자리가 밑반찬이라면 식탁을 조화롭게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메인요리라면 그 자리에서 빛을 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느냐다. 제육볶음은 밑반찬으로 작게 담겨도, 메인요리로 크게 등장해도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 작은 접시에 담겨도 매콤 달콤한 맛과 든든함으로 모두를 만족시키고, 큰 플레이트 위에서도 같은 매력으로 중심을 잡는다. 형태나 위치가 바뀌더라도 그 안에 담긴 고유한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 역시 어떤 역할을 맡든 본질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삶은 늘 한 가지 역할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늘은 리더의 자리에 있다가도, 내일은 친구의 조언자가 될 수 있다.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살다가도, 때로는 동료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모든 역할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제육볶음처럼 살고 싶다.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고, 늘 곁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주변 사람들에게 묵묵히 힘이 되는 밑반찬 같은 존재로 살다가, 필요할 땐 중심을 잡아주는 메인요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밑반찬이어도 괜찮아. 메인요리가 되어도 괜찮아. 중요한 건 네가 지금 어디에 있든 진심을 다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