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자비로운 마음은 사심인가? 대의인가?

by 밤하늘 읽는 시간

왕이란 한 나라를 다스리는 절대적인 존재다. 우리는 흔히 왕이 백성을 위한 결정을 내릴 때, 그를 어진 군주라고 부른다. 마치 왕의 선택이 개인적인 이익이 아니라, 국가와 백성을 위한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하지만 과연 왕의 자비로운 마음은 순수한 대의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개인적인 감정과 이해관계가 담긴 사심의 연장선일까?


이 질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심’과 ‘대의’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심은 개인적인 이익을 우선하는 마음이고, 대의는 보다 넓은 공동체를 위한 결정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이타적인 행동을 존중하며, 대의를 실천하는 것을 고결한 가치로 여긴다. 그러나 과연 인간은 순수한 대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 보호와 생존을 우선하는 존재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동물에 속하며, 모든 동물은 자기 자신을 우선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동일시’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가족, 친구, 공동체, 국가 등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개인을 넘어선 가치를 품는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자식을 돌보는 행동은 겉으로 보면 이타적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자식을 자신의 일부로 인식하는 동일시 과정의 결과일 수 있다. 어머니는 자식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고, 자식을 보호하려는 강한 본능을 갖는다. 이러한 동일시가 강해질수록, 그녀의 선택은 더 이타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신과 동일시하는 대상을 지키려는 자연스러운 자기 확장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왕의 자비로운 마음 역시 이와 같은 원리로 이해할 수 있을까?


왕이 백성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전쟁에서 패한 적군에게 자비를 베풀며, 약한 자들을 보호하려는 모습은 고귀한 대의처럼 보인다. 하지만 만약 왕이 자신의 존재를 백성과 동일시한다면, 그 자비는 단순한 이타심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확장된 이기심의 표현일 수도 있다. 왕이 백성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안정과 자신의 통치를 지속하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다. 왕이 자비를 베푸는 것은 단순한 도덕적 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정을 고려한 정치적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백성을 자신의 일부로 인식하면,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곧 자신을 보호하는 것과 같다. 즉, 왕이 국가 전체를 자신의 책임으로 여긴다면, 그의 자비는 사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곧 대의처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심과 대의는 절대적으로 나눌 수 있는 개념일까? 어쩌면 사심과 대의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동일한 현상의 두 가지 다른 해석일지도 모른다. 왕이 자비를 베푸는 이유가 백성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바탕에는 자신의 왕권을 유지하고, 나라를 안정적으로 다스리고자 하는 개인적인 목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백성들에게 이롭다면, 우리는 그것을 대의라고 부른다. 즉, 왕의 자비가 국가를 위한 것이든, 자신의 안정을 위한 것이든,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자비가 어떤 결과를 낳는가일 것이다. 만약 사심에서 비롯된 선택이 결국 공동체에 이로운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대의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왕의 자비로운 마음이 사심인지 대의인지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왕의 동일시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되었는가에 따라, 그의 자비는 사심처럼 보이기도 하고, 대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 자비가 국가와 백성을 위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그것이 사심에서 비롯되었든 대의에서 비롯되었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이 어떤 결론을 만들어내는가이다.


결국, 왕의 자비로운 마음이 사심인가, 대의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한 흑백 논리가 아니라, 그 마음이 어떠한 방식으로 실현되었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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